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2023 World Baseball Classic, 2023 WBC)'이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많은 명승부와 화제를 낳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누가 뭐래도 대회 MVP까지 거머쥔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투수와 타자로서의 성적은 물론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진 인터뷰, 결승전을 앞두고 한 라커룸 연설 등을 통해 실력과 인성, 리더십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 치솟은 인기는 대회 기간 중 SNS 팔로워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 그러다 보니 조금은 뜬금없는 현상도 나타났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주)오타니 공업(大谷工業, Otani Kogyo Co Ltd)은 배전선과 통신선, 철탑 등에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야구와 전혀 관련 없는 이 기업이 이번 대회 기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오타니 공업 1개월간 주가 변동
오타니 공업 1개월간 주가 변동

WBC가 시작되기 전 4200엔(약 4만 1200원)대를 유지하던 오타니 공업의 주가는 조별리그 경기가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상승, 오타니가 등판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하루 앞둔 15일 1만 3060엔(약 12만 8000원)에 장을 마치며 3배가 넘는 가격을 보였다. 기업 가치에 변화를 주는 사항 없이 순전히 오타니(大谷) 선수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보인 상승이다.

당연히 오래갈 일은 아니었다. 15일을 고점으로 꾸준히 하락하며 정작 우승과 MVP가 확정된 22일에는 7260엔(약 7만 6000원)으로 마감했고, 어제는 추가로 8% 가까이 떨어지며 6690엔(약 6만 5600원)을 종가로 기록했다.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 KBS 홈페이지 갈무리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 KBS 홈페이지 갈무리

일련의 과정에서 문득 2020년에 있었던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떠올랐다. 당시 높은 시청률과 큰 화제를 낳았던 이 프로그램에서 나훈아씨는 자신의 신곡 '테스형!'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에 '테스'라는 기업이 있었던 것. 프로그램의 인기로 해당 종목 게시판은 한가위 연휴 내내 이를 결부시키는 우스갯소리가 넘쳤다.

하지만 오타니 공업과 마찬가지로 테스는 나훈아씨 또는 방송계와는 전혀 관련 없는 종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등을 생산하며 꾸준한 실적을 보이는 회사로, '오타니 현상'과 달리 주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다만 간혹 종목 게시판에서 '나훈아',' 테스형'을 여전히 찾는 것은 실소를 내게 한다.

이름, 상품명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다. 그렇다고 이름과 주가를 연계해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유치함을 넘어서기 어렵다. 반대의 경우에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 제품군 / 코로나USA 갈무리
코로나 제품군 / 코로나USA 갈무리

전 세계인을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았던 코로나 맥주에 대해 팬데믹 초반 마치 기피 상품이 되고 최악의 결과를 맞을 것이란 기사들이 나오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일시적이었고,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컨스텔레이션 브랜드(STZ) 주가 역시 되돌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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