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대통령의 말 한마디 혹은 내비치는 관심사 등은 주요 뉴스가 된다. 추후 세부적인 계획이나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일단 방향성 제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반응성 역시 상당하다.

9시에서 3시 반까지 정규시간에 전해지는 대통령의 발언들은 바로 관련 섹터에 변동성을 가져온다. 정규시간 이후 기사가 나오더라도 시간외 단일가 매매를 통해 반응은 나타난다. 다만 10분 단위로 체결이 이루어지고 변동폭의 제한(±10%)이 있어 시간외 단일가의 급상승은 다음날 급등의 예고편이 되곤 한다.

지난주 정규시간 이후에 전해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 급상승한 섹터가 두 가지가 있었다. 22일(수) 원격진료(U-Healthcare)와 23일(목) 출산장려정책 섹터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소아외과 병동에서 입원 중인 어린이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서울대 어린이 병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을 강조하며, 관련 부처에 필요한 어떤 재원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밤이라도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비대면으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소아진료 응급 등 필수진료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지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특이사항 없었던 원격진료 관련주들이 시간외 매매에서 강하게 반응했다. 인성정보·유비케어·비트컴퓨터 등 3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는가 하면, 다수의 관련주들이 높은 상승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상승은 대통령의 언급을 주목한 기사들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23일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는 캐리소프트·제로투세븐·메디앙스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깨끗한나라와 아가방컴퍼니는 7~8%가량의 상승을 보였다. 출산장려정책과 밀접한 이 종목들의 상승에도 윤 대통령의 반응이 작용했다.

22일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고받은 뒤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한 사실은 23일 정규거래시간에 관련 종목들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데 재료가 됐다. 그런데 여기에 앞으로 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라는 점과 인구정책 방향을 꼼꼼하게 점검하라는 지시가 알려지자 정규거래때보다 더 높은 시간외 상승을 보인 점이 흥미롭다.

다만 이런 급격한 상승은 대부분 일회성일 경우가 짙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종목이 다음날 높은 가격에서 시작해서 하루 종일 하락하며 긴 음봉을 만드는 패턴을 보였다. 막연히 따라들어갔다가는 답답한 상황이 되기 딱 좋은 경우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자주 반복되는 모습이다. 매일매일 상승을 위한 재료가 필요한 시장이다 보니 대통령의 입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사유의 깊이와 실체를 따지기에 앞서 일어난 시세는 일단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인 모습 말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