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일본과 관련된 테마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수혜주 섹터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산화에 나서면서 기대를 받는 종목들의 섹터다. 공교롭게도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분위기가 좋은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일본의 문구류나 의류, 주류 등과 경쟁하는 모나미·신성통상·하이트진로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국민 정서가 많이 반영되고 즉각적인 대체재로 작용할 수 있는 품목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후자의 경우는 주로 반도체와 관련된 소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인해 타격받은 분야를 육성하면서 형성되었고, 기술적인 요구가 높은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24일 주식시장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섹터의 종목들이 모두 전일대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0시부로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확정해 공포했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다시 일본 제품들이 들어오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했고,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철회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 공포는 그다음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 다시 포함시키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영원한 우방도 없지만 영원한 적 역시 없는 것도 물론이고, 경제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주고받음에 있어서 명분과 합리성은 놓쳐선 안된다.

워싱턴포스트의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기사 /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워싱턴포스트의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기사 /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하필이면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100년 전 역사로 인해 일본이 사과하기 위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한 내용이 전해졌다. 큰 파장은 물론이고 '해석본'도 나올 걸로 보인다. 다만 그 해석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지난달 발표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독도가 더욱더 일본 땅이 됐고 강제징병은 오히려 지워졌다. 지난주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는가 하면 87명의 의원이 집단 참배를 했다. 사과고 무릎이고 하기 전에 역사가 있기는 한 건가 싶은 모양새 아닌가?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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