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안 오르는 것이 없다. 물가 말이다.

전기·가스·수도와 같은 공공요금 상승으로 관리비 청구서가 놀라워졌고 대중교통 요금은 조만간 오를 예정이며, 택시비는 이미 올랐다. 장 볼 때 체감되는 높아진 물가는 부담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 소주 빈병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 와중에 지난 주말 공중파 방송사 주요 뉴스에서는 '소주 1병 6000원' 시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소주 원료인 주정이 지난해 10년 만에 7.8%가 올랐고, 제병업체들은 소주병 공급가격을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올리겠다고 나선 것이 주요 이유로 제시됐다. 이는 결국 출고가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고,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이 현재의 5000원 선에서 6000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런 소식들은 자연스럽게 주정과 에탄올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주가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 확정된 바는 없지만 의미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지난 월요일에도 특별한 움직임은 나타났다. 무학이나 보해양조 같은 종목들이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거래량을 보이며 주가 변동폭을 보인 것이 예다.

사실 주류도 그렇지만 음식료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가격 상승 소식은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거두절미하고 실적 개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같은 날 남양유업의 주목할 만한 상승도 자사 제품인 '프렌치카페' 가격을 4개월 만에 또 올린다는 뉴스가 재료로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난해 9~11월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라면 3사는 각각 9.7~11.3%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밀가루와 팜유 같은 원재료값 상승과 물류비·인건비 등의 생산 비용이 올라 불가피하다는 설명이 따랐다.

오뚜기는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3조 클럽'에 진입했고, 삼양식품은 전년대비 매출액이 41.6% 증가했다는 공시를 내놓았다. 농심 역시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16.4%, 47.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있어서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면 합병이나 수출 증가도 작용을 했지만, 가격 인상 정책도 상당한 요인으로 자리한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과자나 빵, 아이스크림 등 다른 품목들도 마찬가지다. 가격 인상 소식은 입장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는 한쪽의 입장만을 생각하기보다 합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가격만 봐서는 안될 듯하다.

'줄어들다'라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최근 식품업계를 필두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육지책인지 기만인지는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높아지는 물가에 더욱 꼼꼼히 따져야 하는 수고로움이 얹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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