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인플레이션 가장 유력한 원인은 기업의 탐욕 (Greedflation)
가격 통제의 부작용은 통제 이후에 해제 시 경제적 혼란
그럼에도 유럽 각국의 가격 통제는 계속될 전망

유럽이 기록적인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정부가 가격 통제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격하게 상승하다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의 식품 물가는 전년대비 17%(4월 기준) 가까이 상승함에 따라 정치권의 시장 개입이 강해지고 있다.

빵, 유제품, 육류 등의 음식 / 사진 출처 - 프리픽
빵, 유제품, 육류 등의 음식 / 사진 출처 - 프리픽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1일 유럽 각국의 소매업체와 정부가 식량 비용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러-우 전쟁으로 피해가 큰 동유럽 국가들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품에 상한선을 두었다. 그리스는 식품 및 필수품에 대한 소매업체의 이윤에 제한을 가했고 스페인은 식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인하했다. 9일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대형 식품 회사들에게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4월 유럽혁신기술연구소(EIT)는 덴마크의 오르후스 대학이 주도한 유럽 10개국의 5천 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실었다. 조사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가능한 더 적게 구매하고 더 저렴한 브랜드와 상점 이용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응답자의 37%가 붉은 육류 구입을, 33%가 생선과 가금류 구입을 줄였다. 12%가 인스턴트식품을, 10%는 알코올음료를 중단했으며 시리얼이나 유제품은 소비자의 3분의 1이 더 저렴한 브랜드를 선택했다.

많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도 유럽의 식품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여파, 낮은 실업률 때문에 오른 인건비, 이상 기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그리드플레이션'이 꼽히고 있다.

돈 세는 손 / 사진 출처 - 프리픽
돈 세는 손 / 사진 출처 - 프리픽

탐욕(greed)과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인 '그리드플레이션'은 대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 상승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뜻한다. 실제로 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INSEE)에 따르면 식품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락한 부분을 대부분 만회했다고 알려졌고, 지난 분기보다 1분기에 15% 증가했다.

소매업체는 에너지 계약이 비쌀 때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비자가 혜택을 보기 전까지는 최대 1년 정도의 시차가 있을 수 있고 오른 인건비 등이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의 자산운용사 알리안츠는 '식품 가격 변동의 약 10%는 생산자 및 에너지 가격과 관련이 없어 설명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기업 탐욕설에 힘을 실었다.

유럽 각국의 정부들이 실시하는 가격 통제에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 기요르기 마통시(György Matolcsy)는 '가격 상한제와 유사한 모든 아이디어는 사회주의 기간 동안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 정부는 엄격한 가격 통제를 실시하여 물가 안정을 노렸으나 전쟁 후 가격 통제 해제가 불러온 결과는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경제혼란이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의 경제학과 조교수인 이사벨라 웨버(Isabella Weber)는 '그때나 지금이나 지배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횡재수입의 기회로 삼았다'며 전략적 가격 통제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기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직면한 유럽 정부들의 가격 통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는 올해 연말까지 식품과 주류 및 담배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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