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지난주 LG 그룹의 상속 분쟁이 전해지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본무 회장의 별세가 5년 전의 일이고, LG가 상속과 관련해서 잡음이 나온 일은 1947년 창업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LG는 장자 승계를 기본으로, 승계와 함께 다른 가족은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를 하는 전통이 있을 만큼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 이 같은 분쟁은 매우 생소하게 다가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현 구광모 회장의 경우 故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아들이었지만,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구 전 회장이 장자 승계를 위해 양자로 들인 독특한 사례이긴 하다. 그래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쪽이 구 전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라는 사실은 계기에 대한 어렴풋한 넘겨짚기를 가능케하는 부분도 있다.

어찌 됐든 상속 재산 분할에 대한 소송은 시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소송의 내용에 상속 재산 중에서도 LG의 지분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분은 경영권의 근간으로 이에 대한 요구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에 재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게 되면 지분율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시세분출로 이어진다. 지난 금요일 LG 주가가 장중 10% 이상 상승을 보이고, 6.58% 상승 마감한 것도 이런 논리가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사진=뉴시스

최근 시장에서 뜨거웠던 에스엠 인수건도 마찬가지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경쟁이 치열해졌고 공개매수까지 천명하고 나서자 주가는 며칠간 급상승했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경영과 지배에 관한 이해관계로 촉발된 수급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주가는 오래가기 어렵다.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 결과에 따라 패배한 쪽의 매물이 나올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으론 주말 사이에 전해진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승적인 합의'가 추후 어떤 주가 흐름을 만들지도 볼만해졌다.

현재 LG는 소송 제기에 대해 경영권을 흔드는 일로 규정하고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밑 협상을 통해 조정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법정 공방은 수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주가보다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어려운 요즘 경영 성과가 아닌 분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꽤 곤혹스러울 것은 분명하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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