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독일과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자국 전차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전차는 육군이 운용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체계이자 공격용 무기로 특유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자국의 전차를 지원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독일의 레오파르트 2(Leopard 2)는 운용하는 국가의 재수출 승인 권한도 독일에 있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직접 지원하는 미국은 물론 독일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좀 더 깊게 관여하게 되는 모양새가 됐다.

(왼쪽) 레오파르트 2 전차 (오른쪽) M1 에이브람스 전차
(왼쪽) 레오파르트 2 전차 (오른쪽) M1 에이브람스 전차

전차를 지원받는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차 승무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는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우리나라 K2 전차를 수입한 폴란드가 조종 및 사격 등의 속성 교육을 위해 2달가량 전차교육병을 상무대 육군기계화 학교로 파견한 것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M1 에이브람스(M1 Abrams)는 그간 우크라이나 측이 사용해오던 전차들과 체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운용에 요구되는 시간도 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차 지원은 시기상 꽤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이 되며 진흙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로 악명이 높다. 전쟁사에서도 난관으로 작용한 많은 예시가 있지만 엄청난 무게와 궤도로 기동하는 전차에게는 특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오히려 이 시기에 교육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현재 참호전으로 고착화 되어가는 전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전차만 한 무기체계도 찾기 어렵다. 강력한 화력과 기동성은 물론이고 전장에서의 유린 능력과 공세 효과는 상상이상이다. 다만 현재까지 약속된 규모가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왔던 30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어찌 됐든 독일과 미국은 전차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제 다른 서방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우리나라 K2 전차로 대체하게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폴란드와의 계약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폴란드로 출고된 K2 전차 / 현대로템 공식블로그 갈무리
폴란드로 출고된 K2 전차 / 현대로템 공식블로그 갈무리

26일 현대로템의 상승도 이 같은 맥락이다. 레오파르트 2·M1 에이브람스와 같은 3.5세대 전차인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에게는 당분간 특수가 유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차는 운용에 있어서 탄과 궤도, 파워팩 등 소모되거나 교체가 요구되는 부품들이 많아 지속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한국전쟁 초기 우리나라가 북한군에 밀렸던 주요 이유 중에 하나가 전차의 부재였다. 북한이 전차여단으로 밀고 내려오는 와중에 전차는커녕 변변한 대전차무기도 없다 보니 개전 3일 만에 서울을 점령당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기갑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비극인 전쟁을 보면서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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