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의 인기에 힘입어 투자 확대 중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의 북미시장 진출과 공략 활발.. 글로벌 IP 확보 목표
웹툰 섹터 기업들 좋은 분위기.. 웹툰과 웹소설 시너지도 기대
번역을 통한 작품의 현지화 지원, 폰트는 작품의 일부라는 평가

◇ 웹툰의 잠재력, 지식재산권(IP)을 업고 폭발하는 중

대한민국에서 생긴 용어 중에 하나인 웹툰(Webtoon). 국내외에서의 인기와 성장에 관한 소식은 꾸준히 있어왔기에 새삼스러울 것 없는 듯 보이지만 최근의 웹툰 시장은 심상치가 않다.

지난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 피랩인베스트먼트(PWARP INVESTMENT)로부터 각각 6000억 원, 총 1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및 웹소설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권(IP)·음원 라이브러리·가수와 배우 등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영역 중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소개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영역 중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소개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엔터는 이번 유치를 통해 영상·음악 콘테츠 기획과 제작, 플랫폼 강화를 통한 글로벌 유통 등에 더욱 힘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이 웹툰과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IP 부문에 대한 투자다. 왜냐하면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것이 웹툰 I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유미의 세포들'·'지금 우리 학교는'·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몇 년간 화제가 된 드라마와 OTT 콘텐츠들의 상당수가 웹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22년 방송된 한국 드라마 중 19편, 즉 제작된 드라마의 약 20%는 웹툰 혹은 웹소설이 원작인 작품일 정도다. 이전에도 '미생'이 드라마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영화와 뮤지컬로, 강풀 작가의 웹툰들이 영화화된 경우가 있었으나 빈도와 양에 있어서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준구 대표 /사진=뉴시스

이 같은 흐름은 얼마 전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가 발언한 내용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플레이어와의 경쟁과 협력", "아시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스케일의 '포스트 디즈니'가 목표"라는 답변들을 내놓았다. 웹툰의 다양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며 '스토리 테크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답변들이지만, 동시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네이버웹툰은 2014년에 영어 서비스를 시작, 2016년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21년에는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하고, 지난해 6월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글로벌 IP 확장에 나서고 있다.

웹툰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인 카카오엔터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Tapas Media Inc.)를 2021년 5월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하고,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 Media Inc.)와 우시아월드(Wuxiaworld)까지 인수해서 통합시키며 지난해 8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출범시켰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북미에서 '글로벌 슈퍼 IP 발굴 기지'와 'K 웹툰 전초 기지'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컨설팅(Spherical Insights & Consulting)'은 보고서를 통해 2021년 글로벌 웹툰 시장을 47억 달러(약 5조 7700억 원)로 평가하고, 연평균 40.8%의 성장을 거쳐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601억 달러(약 73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K-콘텐츠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10억 뷰 웹툰 작가를 육성하겠다는 나섰다. 아울러 오는 6월에는 총 500억 원을 들인 웹툰융합센터를 개소하고 작가와 기업에 대한 원스톱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시장에서도 기대감 상승 중

최근 주식 시장에서 '웹툰'섹터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종목은 2018년에 설립, 지난달 8일에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웹툰 서비스 플랫폼 기업 핑거스토리다.

(위) 무툰 (아래) 큐툰
(위) 무툰, (아래) 큐툰 갈무리

핑거스토리는 남성향의 무협·액션 장르 웹툰 서비스 플랫폼 '무툰'과 여성향의 로맨스 웹툰 서비스 플랫폼 '큐툰'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IP 작품을 제작해서 카카오 페이지와 네이버 시리즈, 미스터블루 등과 같은 대형 웹툰 플랫폼에도 유통한다.

상장 당시 5130원이던 주가는 11650원(18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 높아진 웹툰 테마에 대한 관심과 한한령 해제 기대감, 비교적 낮은 주가와 적은 유통주식수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기업 가치와 성과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웹툰과 웹소설 영역의 강화와 시너지를 노리고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디앤씨미디어, 대원미디어, 미스터블루

디앤씨미디어는 작가와 자체 편집부를 통해 웹소설과 웹툰을 제작·출판·유통한다. 세부적으로는 자회사 디앤씨웹툰비즈를 통해 웹툰과 2차 저작물을 제작하는데 대표작 '나 혼자만 레벨업'이 출간된 곳이기도 하다. 카카오페이지가 2대 주주로 있어 업계에 굵직한 뉴스가 있을 때마다 관심과 기대를 받기도 한다.

대원미디어는 자회사 대원씨아이를 통해 웹툰 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웹툰 및 웹소설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리작'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본격적인 시너지효과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첫 자체 IP 작품 '아머드 사우르스' 시리즈를 통해 자체 IP의 가치를 확인한 바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로 웹소설 서비스를 제공한 미스터블루는 지난해 11월 일평균 이용 매출이 약 10배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 최다 만화 저작권을 보유하기도 했으며, 특히 무협 장르의 점유율은 압도적 1위이기도 하다. 웹툰·웹소설·게임을 아우르는 구조를 추구하며 진행 중이다.

◇ 해외 진출에 필수적인 번역과 폰트도 관심

웹툰 시장이 국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번역의 중요성과 작품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폰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이스루 홈페이지
보이스루 홈페이지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말 콘텐츠 테크 스타트업 보이스루(Voithru) 경영권을 인수했다. 보이스루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번역 '밍글로(MINGLO)', 유튜버 등 창작자에게 영상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자메이크(JAMAKE)',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콘텐츠 번역을 제공하는 파노플레이(PANOPLAY) 등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은 콘텐츠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콘텐츠 현지화를 지원하는 보이스루와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라는 소감으로 경영권 인수의 의미를 설명한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인수 금액은 약 200억 원으로 카카오픽코마 측이 보이스루 지분의 약 7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돌은 지난해 카카오웹툰과 폰트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미 다음웹툰 시절이던 2014년부터 산돌과 산돌 구름 폰트 서비스를 창작자에게 무료로 제공해 왔던 바, 웹툰 제작에 모든 산돌 폰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서 창작자들과 작품 완성도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현재 카카오웹툰 그림작가로 활동하는 A씨는 "흔히 말하는 가독성 부분에서 폰트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폰트까지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작가들과 아닌 사람들로 나뉘는데 그래도 미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직업이니까 신경을 쓰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산돌이 업계 최초로 2014년에 처음 선보인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 산돌구름

웹툰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폰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웹툰을 즐기는 해외의 젊은 세대에게 감각적으로 어필하는데 폰트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산돌의 모바일 전용 폰트 브랜드 ‘Iam’의 출시 시점 대비 베트남어 폰트 판매량은 354%, 태국어는 174% 증가한(지난해 11월 결산 기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 2018년부터 본격적인 웹툰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웹툰 시장 성장세가 가장 빠른 나라 중에 하나이며, 한국콘텐츠 진흥원은 2019년에 이미 태국의 전자책 시장이 2022년까지 1억 4800만 달러(약 183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