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의 중요성 높아지며 많은 지자체와 기업 등에서 '전용서체' 개발 나서
충주시 '충주택견체' 발표, 평창군·태백시·광양시 등도 전용서체 있어
롯데는 여러 계열사에서 전용서체 선보이는 중.. 2월 롯데마트 '더잠실체' 공개 예정
우리나라 최초 폰트회사 산돌 지난해 코스닥 입성
산돌 CEO "개성을 계속 표현하고 변화시키며 정체성에 맞는 폰트 개발이 임무이자 사업"

영상 또는 화면으로 표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요즘 글꼴, 즉 서체 역시 그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서체는 자연스럽게 독창성을 드러내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차이를 만들어내며, 사용하는 사람(비단 사람이 아니더라도)의 이미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 등에서 '전용서체' 개발에 활발히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인간의 심미적 본능을 자극해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서체는 훌륭한 차이가 된다.

충북 충주시는 27일 '충주택견체'를 전용서체로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택견협회와 택견보존회 등이 위치한 충주는 택견의 전승지다. 이 같은 배경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유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함이 공존하는' 택견을 주제로 한 전용서체를 제작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6개월의 개발과정을 거쳐 7월쯤 선보일 '충주택견체'는 한글 2780자·영문 94자·약물 기호 986자로 구성될 예정이다. 시는 완성된 서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거쳐 공문서·소식지 등 인쇄물과 각종 행사 현수막 등에 사용할 계획과 함께 시 홈페이지에 게재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왼쪽) 평창평화체·평창체 (오른쪽) 태백은하수체 / 해당 시·군 홈페이지 갈무리
(왼쪽) 평창평화체·평창체 (오른쪽) 태백은하수체 / 해당 시·군 홈페이지 갈무리

충주시 보다 앞서 전용서체를 개발하고 배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평창의 '평창평화체'·'평창체'와 태백의 '태백은하수체', 광양의 '광양감동체'·'광양햇살체'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의 전용서체 개발은 지역 홍보와 동계올림픽 유산인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지난해 4월 빛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제목용인 '평창평화체' 2종과 본문용인 '평창체' 2종을 제작 완료했고, 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배포하고 있다.

태백시는 도시브랜드 콘텐츠인 은하수를 테마로 잡아 별·별자리·유성의 이미지를 반영한 서정적인 느낌의 '태백은하수체'를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광양시는 가장 최근인 지난 25일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라는 뜻을 품은 전용서체 '광양감동체'와 '광양햇살체'의 무료 배포에 나섰다.

쿠키런 글꼴 / 데브시스터즈 홈페이지 갈무리
쿠키런 글꼴 / 데브시스터즈 홈페이지 갈무리

전용서체 개발에 게임업계를 빼놓을 수 없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데브시스터즈는 이미 2019년 '쿠키런 글꼴'을 공개한 바 있다. 공개 당시 게임 특유의 역동성과 몰입감, 즐거움 등을 담아 디자인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참고로 '쿠키런 글꼴'은 2020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Asia Design Prize)에서 '그랜드 프라이즈(Grand Prize)'를 수상하기도 했다.

위메이드의 MMORPG ‘미르M: 뱅가드앤배가본드’는 '전쟁과 모험체'를 적용하며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겠다고 나섰던 케이스다. 부드러운 붓글씨 형태의 서체로 사용자 환경(UI)과도 어울리고 가독성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 롯데제과 '시원한설레임체' (오른쪽) 롯데리아 '촵딱체' / 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왼쪽) 롯데제과 '시원한설레임체' (오른쪽) 롯데리아 '촵딱체' / 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는 전용서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에 속한다. 우선 롯데제과는 지난해 출시 20주년이 된 아이스크림 '설레임'을 리뉴얼하면서 '시원한설레임체'를 선보인 바 있다. 튜브형 빙과로써 갓 짜냈을 때의 모양과 제형을 서체에 적용했다고 소개한다.

올해 초 롯데리아는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마음을 당긴다는 의미의 '촵~땡겨체'와 고객의 입맛과 취향에 맞춘다는 의미의 '딱-붙어체'를 출시했다. 소위 '촵딱체'를 활용한 이벤트를 1월 31일까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오는 2월에는 롯데마트가 '더잠실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에브리데이 뉴 스토어(Everyday NEW Store)’라는 비전에 맞춰, 매일매일 새롭고 활력이 넘치는 브랜드 이미지와 롯데의 헤리티지라고 할 수 있는 잠실을 연결, 10개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원체'·'안성탕면체',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그림과 글자가 합쳐진 모양의 '글림체', 부천세종병원이 개원 4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한 '세종병원체' 등 다양한 업계와 분야에서 전용서체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돌 홈페이지
산돌 홈페이지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폰트 회사이자 업계 1위인 산돌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삼성전자, 현대카드,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과 협업을 통해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등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돌의 윤영호 CEO는 폰트와 사업의 의미에 대해 "디지털에서 쓰는 활자를 폰트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은 매체도 다양해지고 계속 빠르게 변한다. 결국 개성을 계속 표현해 주고 변화시켜주어야 하는데 정체성에 맞는 폰트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자 사업이다."라고 말한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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