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재화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 변하면 매출과 이익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가격을 올리게 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의 증가를 기대하게 되고 이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섹터는 아무래도 음식료 업종이다. 생활에 필수적이고 반복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며 가정경제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주요 뉴스로도 다뤄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연 방송 / KBS 화면 캡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연 방송 / KBS 화면 캡처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높은 라면 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하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한 만큼 적정하게 가격을 내리는 등의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바로 나왔다. 방송일 다음인 월요일 주식시장 개장 때 농심과 오뚜기 같은 종목들이 약세로 시작했고, 결국 하락 마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일주일 동안 추세는 썩 좋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27일 오후 2시가 넘어 '농심, 신라면 50원·새우깡 100원 인하'라는 속보가 뜨자 농심의 주가가 5%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오뚜기 역시 같은 시간에 2%가량 오르며 장을 마무리했다. 낮아지는 가격에 소비가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 심리인지, 밀가루 가격이 낮아질 거란 예상에 매출과 이익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인지는 알 수 없다. 이례적인 반응이고 독특한 타이밍이다.

실제로 앞선 2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분업계를 대상으로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직접 주요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하락한 밀 수입 가격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고, 업계에서는 5% 안팎의 인하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라면 외에도 빵·과자·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변동도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쯤 되니 살짝 기시감도 든다. 올해 초 소주 가격이 오르려 할 때 추 부총리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하고 나섰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관련 기업 대표들과 만나면서 가격 동결로 마무리된 적이 있다. 지금 상황과 꽤 겹쳐 보인다.

물가 상승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가격을 언급하며 직접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개별 품목 가격을 통제한다고 물가 안정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농심 주가가 보인 이례적이고 독특한 타이밍은 정부 압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서 일 수도 있고,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작아서 일 수도 있겠다. 혹은 정부 요구에 가장 먼저 호응하는 모습이 안심(?)을 시켰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이후의 주가 변동과 제품 가격의 흐름은 또 다른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켜볼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수량·무게·용량 등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마케팅이기도 하고 고육지책이기도 하며 얌체 같기도 한 작지만 큰 변화 말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