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에서 신경대사체와 우울증과 연관성 밝힌 것은 처음
KBSI, 바이오화학분석팀, 송영규·조지현·정재준 박사
생물 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誌 게재
초고자장 7T 휴먼 MRI 활용, 인체 뇌 정밀 관찰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약 2억 6천만여 명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80만여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우울증은 개인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젊은 여성 /사진=픽사베이

한국은 특히 20대 여성의 우울증 증가세가 두드러지는데 지난해 전체 우울증 환자 100만 744명 중 20대 여성이 12만 1534명(12.1%)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 속도도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110.7%) 급증했다.

뇌에서 해마는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데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최근 우울증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음을 밝힌 첫 연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보고됐다.

'해마의 타우린 수준과 젊은 여성의 주요 우울 장애 사이의 연관성'

지난 25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은 바이오화학분석팀 송영규·조지현·정재준 박사는 우울증을 보이는 젊은 여성 뇌의 해마에서 타우린(Taurine, 뇌를 활성화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 스펙트럼을 측정한 뇌 부위(노란색 박스)와 (B) 해마에서의 1H MR 스펙트럼_해마의 타우린 신호는 3.4 ppm 위치(화살표)에서 확인할 수 있음. 검은색 선은 실제 측정한 스펙트럼이고, 붉은색은 측정 데이터에 대한 LCModel 피팅 스펙트럼이다. /KBSI 제공

지난달 해당 연구는 생물 정신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Biological Psychiatry誌 온라인판에 논문명 ' Association between taurine level in the hippocampus and major depressive disorder in young women: a proton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 study at 7 Tesla(해마의 타우린 수준과 젊은 여성의 주요 우울 장애 사이의 연관성: 7 Tesla에서의 양성자 자기 공명 분광학 연구)'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19~29세 여성 76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및 전문가 면접을 통해 분류된 우울증 질환자 실험군 36명과 일반인 대조군 40명을 비교했다.

KBSI는 연구원의 선도연구장비 '초고자장 7T 휴먼 MRI(이하 7T MRI)'로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질을 확인하고자 조사대상인 20대 여성의 전두엽, 후두엽, 해마 부위에 존재하는 타우린을 포함한 콜린, 크레아틴, 글루타민, 글루타메이트, 마이오-이노시톨, N-아세틸 아스파테이트 등 7개 신경대사체의 농도를 각각 측정해 비교했다.

MRI는 신체의 특정한 위치를 정밀하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정량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뇌 질환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기존 MRI 연구에서는 주로 뇌의 가장자리인 대뇌피질 영역에 국한돼 신경대사체의 변화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뇌 안쪽에 위치한 해마에서의 신경대사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해마, 전두엽 및 후두엽에서의 타우린 농도(붉은색: 우울증 실험군, 푸른색: 일반인 대조군)_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의 평균 농도는 각각 0.91 mM, 1.13 mM이다. /KBSI 제공

MRI 촬영 시 해마는 위치상의 문제로 측정에 있어 기술적 한계가 있고, 타우린은 다른 신경대사체에 비해 농도가 낮아 MRS 신호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연구팀은 높은 신호 감도와 고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7T MRI를 이용, 화학적 이동 변위 오류를 줄이도록 설계된 sLASER 펄스열(pulse sequence)을 사용해 해마에서 미세한 타우린의 신호 차이를 측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펄스열은 MRI 촬영에 사용되는 라디오 주파수의 펄스와 경사자장을 제어하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우울증이 있는 젊은 여성의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일반인 보다 약 20% 정도 낮다

연구 결과, 우울증 실험군과 일반인 대조군의 해마에서 측정된 타우린의 평균 농도는 각각 0.91 mM, 1.13 mM로, 우울증이 있는 젊은 여성의 해마 속 타우린 농도가 일반인 보다 약 2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결과다.

7T MRI로 찍은 고해상도 구조 영상을 기반으로 개인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는 백질, 회백질 등 뇌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대사체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했다. 연구팀은 향후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뇌 질환 연구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김형준 박사, 충남대 손진훈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KBSI 조지현 박사 연구팀은 우울증과 해마 속 타우린 농도 간 연관성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 발굴과 7T MRI를 이용한 뇌 대사체 측정 및 데이터 분석을 맡았으며, 한의학연과 충남대 연구팀은 일반인을 포함한 우울증 실험군 모집, 심리 검사, 전문가 면접 및 인구통계학적 정보관리를 수행했다.

KBSI 송영규 선임연구원, 조지현 책임연구원 /KBSI 제공

KBSI 조지현 박사는 “본 연구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해마 속 타우린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촉진시켜, 우울증의 발병 기전과 진단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