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학회, '코로나19 대유행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자연실험'
청소년 17.5%는 중등도 이상인 불안 위험군, 우울 우험군 중 한가지 이상에 해당
국내 청소년의 약 36%,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필요하다고 응답

맞벌이를 하며 서초구에 살고 있는 자영업자 A씨는 얼마 전 중학생 딸아이의 학교 조사를 통해 딸아이가 스마트폰 사용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는 소식을 선생님께 전해 듣고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무릎을 안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청소년 /사진=픽사베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요즘이지만 A씨는 딸이 학교나 학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은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일하고 있으면 딸에게서 전화가 자주 온다. 보고 싶다거나 일상에서 힘든 이야기들을 토로하는데 당장 가서 도와줄 수 없으니 마음이 속상하다"

최근 일상 회복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오랜 팬데믹 기간을 버텨온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괜찮은 걸까.

지난 27일 영국 왕립학회에 게재된 '코로나19 대유행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자연 실험(The impact of the COVID-19 pandemic on adolescent mental health: a natural experiment)' 연구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울증 증상이 높은 청소년이 6% 더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자연실험(The impact of the COVID-19 pandemic on adolescent mental health: a natural experiment)' /왕립학회 갈무리

대유행 직전과 팬데믹 기간 각각 1년 반의 시간 동안 두 그룹의 청소년을 비교했는데 두 그룹 모두 청소년기에 예상할 수 있는 우울 증상이 증가했지만, 대유행에 노출된 2단계 청소년의 경우 더 크게 증가했다. 특이점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아가 더 큰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더 낮은 웰빙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유행은 남아보다 여아의 정신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증가로 우울증 증상이 임상적 한계를 넘어선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 서비스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해질 것으로 봤다.

 모든 정신 건강 결과에 대한 1년 추적 조사에서 COVID-19 이전 그룹과 COVID-19 그룹 간의 차이(코로나19 팬데믹에 노출된 그룹(2상)과 비교했을 때 우울 증상은 더 높았고 삶의 만족도 점수는 더 낮아 우울 증상과 삶의 만족도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왕립학회 갈무리

"팬데믹이 진행 중이고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과 충분한 자원을 우선시해 그들의 정신 건강과 웰빙을 지원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아동·청소년 대상 정신건강 증진 정책은 NHS(국민보건서비스)를 기반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조기에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해 예방함으로 생애의 정신건강 관련 비용을 절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 청소년들은 어떨까.

국내에서 지난해 중순 만 13세~18세 청소년 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전반적으로 국내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이 성인보다는 낮은 편이었지만, 청소년의 17.5%는 중등도 이상인 불안 위험군이나 우울 우험군 중 한가지 이상에 해당되었다. 특히 10.2%의 청소년에서는 최근 2주 이내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국내 청소년의 약 36%가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등 심리평가와 정신건강상담이나 프로그램 등에 대한 요구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심리적지지 제공자는 '가족, 친구, 학교 선생님, 정신건강전문가, 기타, 없음' 순 으로 나타났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비교했을 때 중학생은 가족이, 고등학생은 친구가 심리적지지 제공자로의 더 많은 비율 차지했다. /2021 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인 심리적지지 제공자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 ▲친구, ▲학교 선생님, ▲정신건강전문가, ▲기타, ▲없음 순으로 응답했는데, 중학생은 가족을 고등학생은 친구에게 더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우울 위험군은 중간수준의 우울 위험군은 여성이 14.48%로 남성 10.36%보다 높았는데, 심한 수준의 우울 위험군은 남성이 2.14%로 여성(1.38%)보다 다소 높았다. 

성별에 따른 우울 위험군 /2021 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

우리 정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대상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 예방교육, 진단검사,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집단 상담, 치료(검사)비 지원, 치료 및 서비스 연계 등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주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상담 및 문의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1 전국 정신건강관련 기관 현황집'에 따르면 국내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16개소,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244개소, 자살예방센터 51개소,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 50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정신건강 증진시설로는 정신요양시설 59개소, 정신 재활시설 350개소, 정신의료기관 193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상담 치료를 받을 곳을 못 찾겠다면 지역 보건소를 찾아 상담 신청을 해보는 것도 좋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유튜브 영상 캡처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상담 '멘토'로 꼽히는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는 지난달 여성신문에서 "아프다고 말하고, 극복하려 하는 건 자신에게 '내면의 힘'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 힘을 믿고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오은영 박사는 고통의 출발점을 찾아서 같이 의논해 나가고 이러한 상담 과정을 통해 오 박사 또한 큰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 없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한 시기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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