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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직업병]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근로 환경의 유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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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직업병]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근로 환경의 유해인자
  • 유민정 기자
  • 승인 2021.05.2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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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아이-반도체 공장의 포토·식각 공정의 발암성·변이원성·생식독성 물질 
B씨와 아이-반도체 조립 몰드공정의 유해인자
C씨와 아이-삼성 반도체 웨이퍼 가공, 디퓨전·증착의 유해인자

직업병은 일하지 않는 태아와 아동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임신 전이나 임신 중인 노동자가 근무한 환경의 유해인자의 노출로 인해서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임신 중 유해화학물질의 노출이 태아의 시스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민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인의 생식력을 저하시키거나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오염된 작업복이나 신발을 통해 가정에서 아이들이 환경적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직업상의 위험과 아동의 건강 /WHO 어린이 건강과 환경, 글로벌 직업 건강 프로그램 갈무리

순천향대학교 산업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직업병’이란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직업활동에 의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이상을 초래한 병을 말한다. 2세 직업병(직업성 2세 질환)은 부모인 노동자가 근무한 환경의 유해인자로 인해 2세가 선천성 질병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 건강인권지킴이 '반올림'이 반도체 노동자의 2세 직업병 피해자 3명에 대해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반올림은 업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를 직시해야 하며 반도체 2세 직업병 산재로 인정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부모인 노동자가 근무한 환경의 유해인자로 인해 2세가 선천성 질병이 생겼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지난해 4월 대법원은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이 출산을 했는데 이들 중 5명이 유산하고, 아이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역학조사에서 해당 간호사들은 임신부에 매우 위험한 약들이 포함된 알약 분쇄 작업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10년 만에 이른바 ‘태아 산재’가 처음 인정된 판결이며, 지금은 1년 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 판결 후에도 국내에서 직업성 2세 질환에 대하여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산재보험으로 보호를 위한 법개정도, 예방대책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케미컬뉴스 ‘[직업성암] 오래전부터 무슨 일 하셨어요?’ 에서도 다뤄졌던 국내 직업성암 인정 사례는 전세계적인 수치와 비교했을 때 매우 적다. 어떤 위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는지 알지 못해 산재 신청 자체가 적고, 신청을 한다 해도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3명의 반도체 노동자들과 그 2세의 장애와 질병에 대해 산재를 신청하지만 산재보험법 때문에 불승인 될 것”이며, “업무관련성 여부의 판단도 받아보지 못하고 신청할 권리가 없다고 바로 각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다"며,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앞으로 더 이상의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2세 직업병 피해자 3명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 /사진=반올림

반올림이 2세 직업병 산재신청을 인정하라는 3명의 노동자들이 노출되어 왔던 근로 환경의 유해인자는 무엇이었을까?


A씨-반도체 공장의 포토·식각 공정의 발암성·변이원성·생식독성 물질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약 20년간 근무한 A씨는 엄청 시끄러운 기계 소리와 화학물질 냄새로 눈이 따갑고, 온몸이 간지러워 4~5년간 피부과 약을 달고 살았지만, 여사원들은 그 냄새의 정체를 알 수도 묻지도 못한 채 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려움을 억지로 참으며 약을 줄여가며 얻은 아이 초음파 검사에서 콩팥이 하나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 아이는 머리에 지방종이 있었고, 큰 수술을 해야 했으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IGA 신증이라는 병을 진단 받았다. 보험이 적용이 안되는 약이라 한 달에 약값만 200만원 가까이 들었고, 아이의 몸은 자주 붓고 얼굴이 까매지는 등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저희 아이는 운동과 동물을 좋아한다. 제가 근무할 때 노출된 유해물질 때문에 아이가 약간 아프지만 큰 걱정없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저와 같이 일하다가 아이가 아픈 가족들의 존재가 더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길 바란다. 아이의 직업병을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포토/식각 공정 직접 취급 유해인자 동물실험과 인간대상 연구결과 /반올림,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2012).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에 일한 노동자 A씨가 직접 취급 유해물질 13개인 사이클로헥사논, N, N-디메틸아세트아미드, 2-에톡시에탄올, 에틸벤젠, 이소프로필알코올, 2-메톡시-1-프로필아세테이트, 2-메톡시-1-프로판올, 아세톤, 1-메틸-2-피롤리디논, 에탄올아민,  과산화수소, 에틸렌글리콜, 오존 등 중에서 7개가 동물실험과 벤젠, 불소, 크실렌, 일산화탄소 등 유해인자 인간 대상 연구 4개 모두가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벤젠에 노출된 엄마의 자손에서 급성림프구성백혈병, 구순열, 구개열, 신경관결손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올림 조사에 따르면 현상액과 식각액 등의 냄새가 매우 독한 화학물질의 노출 가능성이 있었고, 차폐가 잘 되지 않는 장비로 인한 기중 화학물질 노출 가능성과, 포토레지스트 공정에서 발생되는 부산물에서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의 노출 등의 가능성이 있다.


B씨-반도체 조립 몰드공정의 유해인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만 19세부터 근무를 시작해 몰드 공정에서 광분석기 촬영 업무 등을 해왔던 B씨는 출산 후 2004년부터 갑상선염, 갑상선암, 류마티즘, 뇌수막염, 좌측 측두엽뇌전증, 대뇌수도관협착증, 자궁경부 이형성증 등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B씨의 자녀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이라는 선천성 기형 진단을 받았으며, 오랜 기간 치료를 받으며 현재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이겨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리가 사용했던 그 재료들, 작업에 사용했던 X-ray 설비가 그렇게 위험하다는 걸 그 당시는 잘 몰랐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암으로 수술도 받았고 여러 질환으로 치료중이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꼭 산재를 인정받아서 병원에 다닐 때 부담없이 편히 다녔으면 좋겠다"

 몰드 공정 직접 취급 유해인자 동물실험 결과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2012).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몰드 공정 온도인 180 ℃에서 에폭시수지, 페놀수지, 카본블랙, 실리카 등으로 구성된 EMC(epoxy molding compound)를 구성하는 수지가 녹게되며 방향 족 화합물 등 휘발성물질이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실험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메틸 이소부틸 케톤, 아세톤, 페놀 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C씨-삼성 반도체 웨이퍼 가공, 디퓨전·증착의 유해인자

만 17세의 나이 때부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반도체 웨이퍼 가공 기흥 7라인 확산공정을 하며 약 10년간 근무한 C씨는 확산공정 설비에 웨이퍼가 가득 담긴 ‘런캐리어’를 로딩, 언로딩 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녀는 FAB 작업 중 1년에 1~2번 정도 대피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대피한 후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들어오거나 심하면 다음 교대조로 넘기고 퇴근하기도 했다.

"위험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장비 등에서 냄새가 날 때도, 설비의 문이 열리며 열기가 느껴질 때도 라인에서 대피하라고 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들어오는 경우에도 그곳에서 사용한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줄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임신 7개월이 지나도록 같은 일을 했고, 아이가 태어난 기쁨은 잠시, 선천성 식도 기형으로 아이는 차가운 수술방에 들어가야 했다. 항상 두렵고, 미안한 마음에 매일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이는 신장 한 쪽도 없다. 한쪽 눈은 발달이 안 되어 치료를 계속 해서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또래보다 조금 느린 아이로 자라고 있지만 그래도 잘 자라주어 다행이다"

한 차례 유산 이후 2007년 다시 임신해 2008년 출산했으며, 아이는 선천성 무신장증 및 식도 폐쇄가 확인되었고, 한쪽 시력 발달 지연, 청각 이상, 발달장애 증상 등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현재 식도폐쇄는 수술을 통해서, 시력 문제는 교정치료를 통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퓨전/증착 공정의 유해인자50) 인간대상 연구 결과와 동물실험 결과 / 반도체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2012).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반올림에 따르면 C씨는 공정 전반의 유해화학물질에 계속 노출될 수 있으며, 전리방사선  XRF 장비 운용 시 차폐장치나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았다. C씨의 디퓨전/증착 공정의 유해인자 불소, X선과 관련해 해당 유해인자 노출 시 인간대상 연구는 드물지만 불소는 조산과 사산, 선천성 질환 발생, X-선은 소두증, 정신방륙지연, 성장지연 등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 연구결과 아세톤, 암모니아, 아르신, 삼브롬화붕소, 염화수소, 염산, 아산화질소, 이소프로필알코올, 붕산, X-선 등의 유해인자 등이 나타났다.

그녀는 아직도 처음 입사할 때의 설렘이 기억난다고 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이었고, 자부심도 있었다던 그녀는 그 곳에서 사용한 화학물질이 이런 영향을 줄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요즘도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라고 생각한다는 C씨는 이와 같은 또 다른 사연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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