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오이드 과다 복용까지 감지
길항제와 결합하면 약물 재활에도 도움
수면 장애의 정확한 진단에는 다양한 측정기기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환자가 삼킨 비타민제 크기의 캡슐 센서로 수면 무호흡증을 측정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수면 장애뿐 아니라 기타 호흡계 질환의 진단에도 유용할 수 있다.
지난 17일 학술저널 Devic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과 셀레로 시스템,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삼키는 캡슐 센서를 활용하여 환자의 수면 무호흡증을 부작용 없이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수면 무호흡증
수면 무호흡증이란 자는 중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정보에 의하면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이면 중증이라고 보는데, 주로 비만인에게 나타나고 턱이 과하게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증이 위험한 이유는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만성피로와 평상시 졸음을 수반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고, 나아가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까지 가중시켜 사망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아의 경우 성장과 인지능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에는 체중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이며, 술과 담배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자제해야 한다. 수면제나 안정제도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원인 부위가 분명하면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정확한 수면 평가를 위해서는 수면다원 검사를 하는데, 서울대학교병원 정보에 따르면 환자가 하룻밤 자는 동안 호흡, 맥박, 움직임, 코골이, 혈중 산소 포화도, 뇌파 등을 측정하고 그 외에 기도 폐쇄 부위를 확인하기 위한 방사선 투시 검사 등을 시행한다.
검사 과정에서 환자는 다양한 센서와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위장관에서 바이탈 징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섭취 가능한 캡슐을 개발했다.
종합 비타민제 크기의 캡슐 센서에는 심장 박동과 폐 확장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계와 소형 배터리, 외부 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무선 안테나가 포함되어 있다.
동물 모델 테스트에서 이 캡슐 센서가 호흡률과 심박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음을 발견한 연구팀은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 록펠러 신경과학 연구소의 임상 시험에 추가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는 10명의 환자가 캡슐 센서와 일반 수면 모니터링 센서에 동시 연결되어 있어서 연구팀은 두 유형의 측정값을 비교할 수 있었다.
캡슐 센서와 경피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 일치
그 결과 캡슐 센서와 일반 수면 모니터링에 쓰이는 경피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는 일치했으며, 이로 인해 캡슐 센서의 수면 무호흡증 감지 효과가 입증되었다.
연구를 이끈 MIT 연구소 교수 트라버소(Traverso)는 "캡슐 센서는 무호흡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수면 연구소의 표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분석에는 10명의 피험자에 대해 1분 간격으로 동일한 53시간의 데이터가 사용되었으며, 캡슐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함이나 해로움이 보고되지 않았다. 14일 후 방사선 촬영 결과 캡슐은 모두 환자의 몸에서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캡슐 센서는 약물과다에도 유용
연구팀은 이번에 캡슐 센서가 위장관에 있는 동안 방출되는 신호를 모니터링했지만, 이전 연구에서는 위장관의 다른 부분에서도 활력 징후가 측정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 이전 동물 모델에서는 오피오이드 약물인 펜타닐의 다량 복용으로 인한 호흡률 저하도 감지했다.
"약물 과다복용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또 다른 과다복용 발생을 도울 수 있습니다"라고 트라버소 교수가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날메펜과 같은 오피오이드 길항제를 장치에 통합해 환자의 호흡이 느려지거나 멈출 때 길항제가 방출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한 캡슐이 위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도 연구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지난 17일 학술 저널 Cell의 device에 'First-in-human trial of an ingestible vitals-monitoring pill'(섭취 가능한 바이탈 모니터링 알약의 인간 대상 최초 임상 시험)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케미컬뉴스 박찬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