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과거 7일간의 스마트워치 가속도계 데이터를 AI로 분석
다른 데이터 소스보다 가속도계 데이터가 정확도 높아
파킨슨병 조기진단 가능하면 초기 단계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워치는 전화나 메일 등을 곧바로 확인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심박수나 혈압 등의 건강 보조 기기로도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과학자들이 스마트 워치 데이터로 초기 파킨슨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로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스마트 워치를 보는 노인 / 사진 출처 - 프리픽

스마트 워치를 보는 노인 / 사진 출처 - 프리픽

영국 치매 연구소와 카디프 대학의 신경과학 및 정신 건강 혁신 연구소(NMHII)의 연구진은 의료용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참가자들에게서 7일 간 수집한 데이터로 나중에 파킨슨병에 걸릴 사람들을 예측할 수 있다고 의학 학술지 자연의학(Nature Medicine)에 지난 3일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멸되어 가면서 동작이 느려지고 떨림이나 근육 강직 등의 운동 증상을 유발한다. 파킨슨병은 대부분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적 영향이나 독성물질이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는 '데술포비브리오(Desulfovibrio)'라는 박테리아의 특정 변종이 파킨슨병을 일으킨다는 가능성과 지난해 뇌세포 간 신경전달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응집현상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장애와 관련해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이 규명되기도 했지만 아직 정확한 것은 없다.

파킨슨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 증상이 나타나 임상적 진단이 내려질 때쯤이면 이미 흑질의 신경세포 중 절반 이상이 죽은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뇌에 광범위한 손상을 일으키기 전에 개입할 수 있도록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먼저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약물을 사용한다. 그러나 치료의 목적이 '무리 없는 일상생활'인 만큼 장기적인 약물 투여가 이루어지고 환자의 상태가 변함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파킨슨병은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파킨슨병 초기의 환자 수가 제한되어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지 못했다.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면 질병 진행 초기에 뉴런 손실을 방지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103,712명의 바이오뱅크(UKBB) 참가자 중 나중에 파킨슨병이 발병한 참가자의 가속도 측정 데이터를 추출했다. 과거 그들이 일주일 동안 착용한 가속도계 데이터는 연구자들에게 '나중에 파킨슨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는 시간대별 활동 측정치를 제공했다.

이 가설을 위해 연구진은 가속도계 데이터, 유전자 검사, 라이프스타일 설명, 혈액 화학을 포함한 다양한 측정값을 통해 파킨슨병의 결과를 예측하는 AI모델을 학습시켰다.

그 결과 모든 데이터 소스에 대해 학습한 AI는 파킨슨병을 예측할 때 매우 정확했지만, 가속도계 데이터로만 훈련된 AI도 평균 정확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례로 환자가 진단을 받기 7년 전에 제공한 가속도계 데이터가 파킨슨병 발병을 정확히 예측한 경우도 있었다.

카디프 대학교 NMHII의 임상 선임 강사인 캐서린 필(Kathryn Peall) 박사는 '우리의 발견이 기존 진단 방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 워치 데이터는 파킨슨병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되는 선별 도구를 제공하며 광범위한 뇌의 손상을 일으키기 전에 접근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데이터 업데이트의 한계로 인해 최대 7년을 예측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먼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들은 앞으로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다른 AI모델을 사용하여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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