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상실은 전도성 장애, 감각 신경성 장애, 기타 요인 등으로 구분
노인들의 후각 상실은 중증질병 및 사망 확률과 관련있어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 필요

후각 /사진=픽사베이
후각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냄새를 맡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맛을 느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잘못된 음식을 피하게 해주며, 화재와 같은 주변 위험에 대한 대처에도 필수적인 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냄새를 맡기 어려워지면 미각 저하를 일으켜 식욕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도 가져온다.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전혀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후각 상실은 원인이 다양한데 크게 전도성 장애와 감각 신경성 장애, 그리고 기타 요인들로 구분을 한다.

코의 구조 /이미지=서울아산병원

전도성 장애는 후각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냄새가 들어오는 통로가 막힌 경우다. 축농증이나 비염, 감기 등으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콧물, 코막힘이 동반되어 냄새를 맡기 어렵게 된다.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붓기를 가라앉히고 삼출물 분비를 줄이는 약을 복용해서 치료를 한다. 심하거나 만성일 경우 수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감각 신경성 장애는 후각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감기를 심하게 앓은 뒤에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후유증으로 보고되는 후각 장애가 이런 경우다. 바이러스에 의해 후각 신경이 파괴되는 것이 원인으로 비타민이나 아연, 스테로이드제 등으로 치료를 시도하지만 효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기타 요인에는 두부외상, 흡연으로 인한 화학적 신경 손상, 노화, 당뇨, 만성 신부전증 등이 있으며, 영양소 결핍과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같은 내분비 질환도 후각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노인들의 후각 상실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나오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 '뇌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후각능력이 떨어진 노인의 경우 중증질병과 사망 확률이 현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 능력이 좋은 그룹과 중간 정도의 그룹을 비교한 원인별 사망의 표준화된 생존 차이(N = 2289) /이미지=리서치게이트, 미국 '뇌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71세~82세의 성인 2289명을 대상으로 13년 동안 추적 관찰한 이 연구에서 후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경우 담배와 술을 즐기고 나이가 많으며 남성인 경향성을 보였다. 또한 추적 관찰한 결과 후각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치매·파킨슨병·심혈관질환을 앓을 가능성과 사망 위험이 높았는데, 10년 이내 사망할 위험이 46%, 13년 이내 사망할 위험은 30%가 높았다.

2017년 9월 '미국노인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실린 연구에서는 냄새를 맡는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57세~85세 사이의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페퍼민트·생선·오렌지·장미·가죽과 같은 5가지 일반적인 냄새를 식별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5년 후 확인한 결과, 후각 테스트에서 좋지 않은 성적이었던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치매 진단을 받았고 높은 성적이었던 사람의 79%는 치매가 없었다.

5년 후 의사의 치매 진단을 예측할 수 있는 후각 기능 장애(냄새 식별 오류의 수) /이미지=AGS journals, 미국노인의학회지

연구팀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의 축적과 타우 단백질 엉킴이 후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한다. 아울러 후각 상실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있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고위험군의 식별에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후각은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비단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후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느끼고 전신피로, 어지럼증, 손발 떨림 등이 동반되는 증상을 보인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을 권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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