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경학적 징후가 나타나기 몇 년 전에 장에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파킨슨병,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잘못 접혀 뉴런 내부에 축적돼 세포 중독
뉴런이 면역 체계의 공격에 취약해져... 장은 동일한 뉴런을 포함하고 있어
쥐실험에서 장내 뉴런에 대한 면역 공격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진단 몇 년 전 유사 위장 증상 나타나는 것 확인
파킨슨병이 부분적으로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강력한 뒷받침

파킨슨병은 뇌 장애로 떨림, 느린 동작 등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 영역의 뉴런이 상실된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이 신경변성 장애가 뇌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첫 신경학적 징후가 나타나기 몇 년 전에 장에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컬럼비아(Columbia) 대학교 연구원들은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로 파킨슨병에서 초기 위장 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잘못된 면역 공격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파킨슨병의 시작이라면, 파킨슨병이 뇌에 도달하기 전에 식별해 이 병을 멈출 수 있을 것

이 새로운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의 학술지 〈뉴런(Neuron)〉에 8월 18일 자로 논문명 'Interaction of an α-synuclein epitope with HLA-DRB1∗15:01 triggers enteric features in mice reminiscent of prodromal Parkinson’s disease(α-시누클레인 에피토프와 HLA-DRB1*15:01의 상호작용은 전구성 파킨슨병을 연상시키는 쥐의 장 특징을 유발한다)'로 게재됐다.

파킨슨병에 영향을 미치는 자가면역과 장

2017년 컬럼비아 대학 의료센터 연구원들은 처음으로 면역체계가 신체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현상인 자가면역이 신경퇴행성 운동 장애인 파킨슨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파킨슨병의 흑질에서 신경내 루이체의 양성 염색(갈색)을 보여주는 알파-시누클레인에 대한 면역조직화학. /Marvin 101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잘못 접혀 뉴런 내부에 축적되어 천천히 세포를 중독시킨다. 연구원들은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의 작은 부분이 뉴런 외부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뉴런이 면역 체계의 공격에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면역 공격은 알파 시누클레인의 내부 침전물보다 뉴런에 더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혈액에는 뉴런을 공격하도록 준비된 면역 세포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 어디서 활성화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장은 동일한 뉴런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가 뇌 증상이 나타나고 질병이 진단되기 몇 년 전에 변비를 경험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원들은 쥐 모델에 대한 신경면역학자와 팀을 이뤄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했다. 알파-시누클레인에 대한 면역 반응이 질병을 시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처음으로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 조각을 세포 표면에 표시할 수 있는 쥐를 만들었다. 그들은 쥐에게 알파-시누클레인을 주사하고 뇌와 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니터링했다.

'Interaction of an α-synuclein epitope with HLA-DRB1∗15:01 triggers enteric features in mice reminiscent of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연구 그림=뉴런(Neuron) 갈무리

그 결과 뇌에서 파킨슨병과 유사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장내 뉴런에 대한 면역 공격으로 인해 변비가 발생하고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가 이 질병으로 진단되기 몇 년 전에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기타 위장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자가면역 반응이 파킨슨병의 초기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파킨슨병이 부분적으로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강력한 뒷받침이 된다"

이 연구 결과는 장내 면역 반응을 조기에 감지한 후 중단하면 나중에 뇌 뉴런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α-Syn 32-46 예방접종은 HLA-DRB1 * 15:01 쥐에서 장 뉴런 손실을 유도한다. /연구그림= 뉴런(Neuron) 갈무리

다만 현재로서는 파킨슨병의 뇌에서 면역체계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연구자들이 쥐의 뇌에 파킨슨병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아낸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연구팀은 쥐 모델 의 면역 세포가 뇌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동물이 어리고 나이가 들더라도 면역 세포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혈액뇌장벽이 아직 충분히 약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벽을 열거나 노화 과정을 가속화하면 쥐에게 위장 및 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질병 과정을 재현하는 쥐의 파킨슨병 모델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두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국내 파킨슨병 환자 규모는 2016년에 9만6764명에서 2020년 11만1312명으로 15% 증가했다. 특히 남성 환자는 3만여 명에서 4만여 명으로 20% 증가했다. 연령대별 환자 구성비에서 74.4%는 70~80대 이상이다.(국민건강보험)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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