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아스파라긴 + 포도당(환원당) + 120℃ 이상 = '아크릴아미드' 생성
SINTEF연구팀 '아크릴아미드는 감자의 종류, 성숙도, 저장 온도 등과 관련'
아크릴아미드 낮추기- 삶거나 끓이기, 장시간 고온 조리X, 물에 담갔다 사용

바삭거리는 식감과 고소하고 짭짤한 감자칩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간식계의 스테디셀러다. 그러나 열량과 포화 지방은 제쳐두고라도 감자칩의 발암물질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우울해진다. 발암물질 없이 건강하고 맛있는 감자칩, 정말 불가능한 걸까?

감자칩  / 사진 출처 - 프리픽
감자칩 / 사진 출처 - 프리픽

◆ 감자가 생성하는 아크릴아미드

감자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120℃ 이상의 고온에 노출될 경우 포도당이나 환원당과 반응하여 '아크릴아미드(acrylamide, C3H5NO)'를 형성한다. 환원당은 포도당, 과당, 엿당을 비롯하여 알데하이드 기를 포함하고 있는 당류를 뜻한다.

아크릴아미드는 접합체의 도료나 물 처리제, 종이·섬유의 마무리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공사현장에서 방수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사지 감각이상과 운동 소실 등의 말초 신경증을 보인 사례가 있다. 방수제에 함유된 아크릴아미드가 원인이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이해' 2017)

공사현장에서 보던 화학물질이 감자칩이나 시리얼, 빵, 커피 등의 익숙한 먹거리에서 발견되었다는 2002년의 연구 결과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후속 연구들이 아크릴아미드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국제 암 연구소 (IARC)는 아크릴아미드를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 노르웨이 연구기관 SINTEF '지구상 가장 건강한 감자칩'

지난 15일 노르웨이의 산업 기술 연구 기관 신테프(SINTEF) 사이트에 소속연구원들이 식품 포장 회사와 협력해서 '지구상 가장 건강한 감자칩'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글이 실렸다.

SINTEF에 실린 글 / 사진 출처 - SINTEF 갈무리
SINTEF에 실린 글 / 사진 출처 - SINTEF 갈무리

연구팀은 감자의 당과 아스파라긴 함량이 감자칩으로 만든 후에 생성되는 아크릴아미드의 수치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당이 많을수록 아크릴아미드의 양도 늘어난다고 봤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감자를 튀길 때 형성되는 아크릴아미드는 감자의 종류, 성숙도, 저장 온도 등과 관련이 있다. 즉 건강하고 맛있는 감자칩은 좋은 종자를 심고 충분히 성숙했을 때 수확해서 맞춤 온도로 저장해야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감자는 4℃ 이하에서 보관하면 환원당이 증가한다고 한다. 냉장보관은 금물이다.

연구팀을 이끈 솔베이그 우글렘(Solveig Uglem)은 '낮은 온도에서 수확한 덜 자란 감자는 당 함량이 많아 감자칩 제조 시 아크릴아미드 함량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맞춤 온도에서 저장한 감자는 폐기를 줄이고 낮은 당도의 바삭한 감자칩에 최적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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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밭 / 사진 출처 - SINTEF 갈무리

우글램은 당을 측정하기 위해 속도가 느리고 값도 비싼 장비를 구입하는 대신 혈당 측정기로 감자의 당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방법은 손쉽게 수확 시기를 알 수 있어 감자 재배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 암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어쨌든 해롭다

일각에서는 아크릴아미드와 암의 연관성이 동물연구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사람에의 적용은 확실치 않다고 주장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연구에 사용된 아크릴아미드의 수준이 식품에서 발견된 수준보다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며 모니터링 중이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아크릴아미드의 독성은 신경계와 생식계를 표적으로 삼는다. 앞서 국내 근로자의 예와 같이 근육 약화와 손과 발의 무감각, 발한, 불안정 증세 등을 일으키며 수컷 동물의 생식 능력까지 감소시킨다.

FDA와 CDC 모두 공통적으로 '식품에 함유된 아크릴아미드의 양은 연구에서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섭취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 집에서 아크릴아미드를 최소화하려면?

아크릴아미드는 120℃ 이상의 고온 조리에서 발생하므로 그 이하의 온도에서 조리하면 좋다. 그래서 100℃가 넘지 않는 '끓이기'나 '삶기'가 가장 안전하다. 이것은 감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녹말이 많은 밀가루 제품이나 일부 곡류에도 해당된다. 토스트나 샌드위치는 좀 더 밝은 색상으로 굽는 것이 현명하다.

물에 잠긴 감자 / 사진 출처 - 프리픽
물에 잠긴 감자 / 사진 출처 - 프리픽

감자는 껍질을 까서 15-30분 물에 담갔다가 물기 제거 후 사용하면 당 성분이 줄어 아크릴아미드 생성을 낮출 수 있다. 적당히 잘라 조리 시간을 단축하거나 한 번에 다 익히지 말고 몇 번에 나눠 익히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너무 작게 자르면 타기 쉬워 추천하지 않는다.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와 같이 산화에 덜 민감한 오일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품에서 아크릴아미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아크릴아미드 섭취량이 상당히 낮고 제조업체의 저감 기술 개발 등으로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유해성이 있는 화학물질은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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