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연간 3억 5천만톤 이상, 재활용은 10% 미만
비효율적 공정·촉매없이 '온도구배 열분해'로 지방산 왁스 생성
플라스틱보다 약 3배 더 비싼 비누로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실현

생산이 용이하고 내구성이 좋은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자연 분해가 어려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플라스틱을 계면활성제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쉬운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유용한 비누와 세제로 변신해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비누 / 사진 출처 - 프리픽
비누와 세제 / 사진 출처 - 프리픽

미국 버지니아공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으로부터 계면활성제 등 고부가가치를 지닌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10일 발표했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슈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연간 3억 5천만 톤 이상이며 현재의 정책이 유지된다면 2060년까지 10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에 비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은 10% 미만이 채 되지 않는다.

다행히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기업들의 ESG경영이 확대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수집과 분류, 불순물 세척, 파쇄, 식별과 분리, 컴파운딩, 성형 등의 복잡한 단계를 거쳐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긴 공정과 높은 비용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공정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흔히 사용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역시 수요가 높은 비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

겉으로 보기에 확연히 다른 플라스틱과 비누는 분자 구조가 유사하다. 비누의 전구물질인 지방산은 폴리에틸렌과 마찬가지로 긴 탄소 사슬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슬 끝에 원자 그룹이 하나 더 있다.

버지니아공대 화학과 부교수 리우 구량(Guoliang Liu)은 폴리에틸렌의 긴 사슬을 너무 짧지 않게 나눠 지방산으로 전환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가치가 낮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고가의 촉매나 정교한 공정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왼쪽부터) 에릭 무냐네자(Eric Munyaneza)와 구오량 "그렉" 리우(Guoliang “Greg” Liu)가 한 홀 사우스에 있는 리우의 연구실에서 지방산 액체로 업사이클링 할 플라스틱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무냐네자는 Science 저널 연구의 저자이기도 하다. / 사진 출처 - phys.org, 버지니아 공대. 스티븐 맥케이
(왼쪽부터) 에릭 무냐네자(Eric Munyaneza)와 구오량 "그렉" 리우(Guoliang “Greg” Liu)가 한 홀 사우스에 있는 리우의 연구실에서 지방산 액체로 업사이클링 할 플라스틱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무냐네자는 Science 저널 연구의 저자이기도 하다. / 사진 출처 - phys.org, 버지니아 공대. 스티븐 맥케이

리우는 겨울철 벽난로의 장작에서 영감을 받아 폴리에틸렌을 태울 때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는 연기를 포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합성 폴리에틸렌이 열로 인해 기체로 완전히 분해되기 전에 프로세스를 중단하여 짧은 사슬의 폴리에틸렌 유사 분자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온도 구배 열분해 방식을 이용했다. '온도 구배'란 열이 흐르고 있는 방향의 단위 길이당 온도 차이이다. 그들은 바닥 용기에 담긴 폴리에틸렌을 가열하여 사슬이 너무 짧게 분해되기 전에 상단에서 냉각시켰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생성된 잔류물은 지방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왁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기술은 폴리프로필렌에도 동일하게 작용했다.

가치가 낮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 하여 무게로 비교했을 때 약 3배 더 비싼 비누로 탄생시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고부가가치를 가진 업사이클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우는 이번 연구의 '비교적 간단한 공정이 많은 국가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점차 전 세계 재활용 시설에서 이 기술을 구현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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