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비상 슬라이드 사용해 탈출
화재가 진압되기까지 8시간 30분 걸려
JAL, 착륙 허가받아... 민강항공국장, 통신 공개 거부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승객 367명이 탑승한 일본 JAL 항공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인 지난 2일 오후 5시 47분경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 해안경비대 비행기와 충돌해 두 항공기 모두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해안경비대 비행기에 타고 있던 대원 5명이 숨지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379명 승객 전원은 큰 부상 없이 탈출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들의 안전한 탈출은 기적처럼 여겨졌다"라고 보도했다.

2일 도쿄 하네다 활주로에서 화염에 휩싸인 일본항공(JAL) 항공기 /교도통신 갈무리

일본 내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의 활주로에서 발생한 이 사고의 원인은 항공 교통 통신 기록이 공개되지 않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JAL은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 착륙 허가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일본 해경에 따르면 전날 동해 연안 노토반도와 그 일대를 강타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식량과 물을 전달하기 위해 소속 항공기가 니가타현으로 이륙할 예정이었다. 해안경비대는 충돌 당시 소속 비행기가 활주로 위에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불타버린 일본항공(JAL)의 에어버스 A350 항공기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에어버스 A350 여객기는 충돌 후 한동안 달리다가 활주로에 멈춰 섰고, 승객과 승무원은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동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비상 슬라이드를 사용했다.

도쿄 소방국은 화재가 진압되기까지는 8시간 30분이 걸렸다고 밝혔다. 공항에 기지를 둔 해안 경비대 항공기 봄바디어 DHC8-300에서도 화재가 진압됐으나 경찰에 따르면 탑승자 6명 중 5명(27~56세)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해안경비대 기장 미야모토 겐키(39)를 포함해 총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공항은 활주로 4개를 모두 일시적으로 폐쇄됐으며, 교통부는 3개 활주로가 오후 9시 30분쯤 재개됐다고 밝혔다. JAL은 사고 이후 국내선 116편을 취소해 총 2만여 명의 승객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전일본공수(All Nippon Airways Co.)도 하네다를 오가는 항공편 110편이 취소했다.

일본 교통안전위원회는 현장에 6명의 조사관을 파견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자들에게 사이토 테츠오 국토교통상에게 사고 원인 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히라오카 시게노리 일본성 민간항공국장은 사고 전 항공 교통 관제소와 두 항공기 사이의 어떤 통신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한 승객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뭔가와 충돌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며 "창밖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고 객실이 가스와 연기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도쿄 경찰청은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망 및 부상 혐의로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일 같은 활주로 위에서 왜 2개의 기체가 교착했는지, 경위의 해명에는 관제관과의 교신 기록 분석과 양 기장들의 인식의 확인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관제사와 일본항공기, 해상보안청 항공기와의 교신기록 분석이 중요"이라며 "관제 측에는 음성 데이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운수안전위는 내용 검증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HK는 "국토교통성이 확인한 결과, 사고 전 관제사로부터 일본항공 여객기에 대해 활주로 진입 허가가 난 반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대해서는 활주로 앞까지 주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활주로 진입에는 관제사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같은 활주로를 사용할 때는 민간기도 공공기관의 항공기도 같은 관제사로부터 지시를 받으며, 유도로에서 활주로로 들어갈 때는 바로 앞 정지선에서 일시적으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2일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 항공기가 불탔다. /교도통신 갈무리

활주로에 여러 기체가 진입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안전한 이착륙의 전제가 되는데 공항 관제사가 각 비행기와 교신해 활주로 진입을 허용하거나 유도로(활주로·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통로) 대기를 명령해 접촉을 피한다.

일본항공의 여객기(A350 기종)를 생산한 에어버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따라 사고 조사를 기술적 관점에서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 팀을 파견했다. 또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도 조만간 조사단을 일본에 파견하기로 했다.

한편, 1985년에 도쿄에서 오사카로 비행하던 JAL 대형 여객기가 군마 중부 지역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520명이 사망했으며 이 재난은 단일 비행과 관련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비행기 추락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됐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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