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을 직모로 펴주는 매직스트레이트-자궁암 위험 높여
잦은 사용은 자궁암 위험 50% 이상↑, 로레알 등 소송 휘말려
기업의 제품 독성 인식, 줄이기 위한 노력 필요

곧게 쭉 펴진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 할까? 곱슬머리를 직모로 펴는 데 사용되는 '모발 이완제'와 흑인 여성들의 '자궁암 증가'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기업과 소비자의 화학 헤어 제품 독성에 대한 자각과 규제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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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거리지 않는 머릿결의 흑인 여성 / 출처 = 프리픽

이번 연구는 〈환경 연구 저널(Journal Environmental Research)〉에 'Hair relaxer use and risk of uterine cancer in the Black Women's Health Study(흑인 여성 건강 연구에서 모발 이완제 사용과 자궁암 위험)' 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0일 게재되었다.

보스턴 대학의 흑인 여성 건강 연구(BWHS) 연구팀에 따르면 폐경 후 흑인 여성이 화학 모발 이완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자궁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모발 이완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1년에 2회 이상 또는 5년 이상 사용한 여성은 자궁암 발병 위험이 50% 이상 증가했다.

흑인 여성 건강 연구에서 모발 이완제 사용과 자궁암 위험 / 출처 -
흑인 여성 건강 연구에서 모발 이완제 사용과 자궁암 위험 / Journal Environmental Research 갈무리

연구를 위해 이전에 암 병력이 없고 자궁이 온전한 BWHS의 약 4만 5천 명의 여성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이들의 최대 22년 간의 모발 이완제 사용 이력을 조사하면서 자궁암 발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다른 잠재적 위험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자궁암 발병률은 폐경기 여성 중 모발 이완제를 자주 사용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발 이완제로 불리는 '스트레이트너'의 잦은 사용이 흑인 여성의 자궁암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지난해 10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흑인 여성들만 대상으로 관련 연구가 대규모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자궁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 모발 교정 화학물질 / 출처 - 미국국립보건원
자궁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 모발 교정 화학물질 / 출처 - 미국국립보건원

모발 이완제에는 포름알데히드 및 중금속과 같은 잠재적 유해 독성 물질과 발암 물질을 비롯해 프탈레이트나 파라벤 및 기타 내분비 교란 화학 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은 에스트로겐 또는 항에스트로겐 활성을 통해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생식 기관에서 발달 및 기타 생리적 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부작용과 관련 있다.

NIH연구가 발표된 이후 헤어 제품 기업과 소비자들의 단체 소송이 시작되기도 했다.

로이터는 지난 2월 로레알 등의 모발 이완제 제품이 암 및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약 60건의 소송이 시카고 연방법원에 통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레알 등 화장품 회사 측은 원고의 주장이 모호하다고 공격했으며 입증되지 않는 결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헤어 스트레이트 시술을 받는 사람 / 출처 - 프리픽
헤어 스트레이트 시술을 받는 사람 / 출처 - 프리픽

보스턴 대학 연구팀은 이들 제품의 잠재적 독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촉진하기를 바라며 '직모를 위한 안전한 대안과 화장품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 등의 공공장소에서 헤어스타일로 차별을 금지하는 '크라운법'과 같은 '자연스러운 모발에 대한 차별 금지 정책이 자궁암의 인종적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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