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대학에서 개발된 말라리아 백신 'R21'
'학질'로 알려진 열병, 우리나라는 말라리아 발생국
R21, 면역강화제 포함돼 훨씬 적은 용량의 백신으로 같은 효과내
영국 제약사 GSK이 개발한 'RTS,S(Mosquirix)', 2021년부터 사용 권장

옥스퍼드 대학에서 개발된 말라리아 백신 'R21(MatrixM, 메트릭스 M)'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승인됐다. 이제 매년 전 세계의 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에 맞서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말라리아 원충/PLOS 생물학
말라리아 원충/PLOS 생물학

말라리아는 대부분 영유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인류의 가장 큰 재앙 중 하나였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자연적으로 면역력이 생기기도 어렵고, 백신 개발도 어렵기 때문이다.

R21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이다. 첫 번째 백신은 영국 제약사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RTS,S(Mosquirix, 모스퀴릭스)'로 지난 2021년부터 사용이 권장되었는데, 두 백신 모두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Plasmodium 기생충의 항원 단백질로 면역을 유도한다.

기존 백신 RTS,S는 말라위, 케냐의 180만 어린이에게 제공되었고 올해 말까지 아프리카의 9개 국가에 백신이 더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2025년 사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800만 회 분량의 RTS,S 백신은 매년 말라리아 감염 지역에서 태어나는 약 4000만 명의 어린이를 보호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RTS,S는 대량 생산이 어려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새로 개발 및 승인된 말라리아 백신 'R21(MatrixM, 메트릭스 M)' /사이언스지 갈무리

그러나 새로운 백신 R21은 RTS,S에 사용된 백신보다 생산하기가 다소 쉬운 다른 면역 강화제 또는 보조제가 포함되어 있다. 훨씬 적은 용량의 백신을 투여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백신 개발자들은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 중 하나인 인도 혈청 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 SII)와 협력하여 R21을 제조했다고 전해졌다. SII는 연간 1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유니세프가 기존 백신을 처음 구매할 때 용량당 9.30유로(약 1만3천원)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새로운 백신은 1회 접종 시 5달러(약 6800원) 미만의 예상 가격으로 RTS,S보다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WHO는 두 백신의 효과가 "매우 유사"하며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낫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유니세프 말라리아 백신 공급 가격 시장 질문 답변 표지 갈무리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 '학질'로 알려진 열병으로 대부분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멸됐다가 1993년부터 재출현한 말라리아 발생국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10월 사이에 수도권과 강원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6월 55명, 7월 41명, 8월 49명, 9월 42명 등 6∼9월에 전체의 79%(187명)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을 보인바 있다.

한편, 3일 BBC에 따르면 연간 1억 회분 이상을 생산하기 위한 계약이 이미 체결되어 있다.

WHO는 최근 말라리아가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어린이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충분한 백신 공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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