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 보험설계사들에게 '해피벌룬' 흡입 권유했다는 의혹
해피벌룬, 환각물질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넣어 흡입하는 유사 마약
아산화질소 사용 법으로 엄격히 규제
"징계받은 관리자들과 사측 임원이 제보자 색출 나서"
기업 윤리와 지속가능한 ESG 경영에 반하는 행보

올해 초 신한금융그룹의 생명보험사 신한라이프의 한 지점에서 해외 포상휴가를 갔다가 관리자급 직원 2명이 보험설계사들에게 '해피벌룬'이라는 마약성 풍선 흡입을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7일 세계일보는 사측이 제보자 색출 등 압박이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몇 년 전부터 유흥가와 대학가에서 20∼30대 젊은 층 사이 해피벌룬을 흡입하는 사례가 급속히 확산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해피벌룬'은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넣어 흡입하는 유사 마약이다.

풍선 /사진=픽사베이

아산화질소(亞酸化窒素, Nitrous oxide)는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웃음 가스(laughing gas)라고도 불린다. 마취성이 있어 의료용 마취에도 사용되는데 약간의 독성이 있으며, 높은 농도나 장기간 반복 노출되면 산소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산화질소는 주로 의료용 보조마취제나 산업용 반도체 세정제, 휘핑크림 제조를 위한 식품첨가물 등으로 이용된다.

경찰에 따르면 쾌감 효과가 약 30초에 불과, 하루 사이 수백 개를 흡입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반복 흡입할 경우 저산소증을 유발, 뇌손상을 야기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아산화질소 상습 흡입은 중추신경 마비로 척추가 손상되고 근력이 약해지는 병인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올해 4월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꽝닌성에 거주하는 한 15세 소녀는 최근 하루에 10개씩 10일 연속으로 해피벌룬을 사용하다 신체 마비, 극심한 피로 등의 증상을 겪고 병원에 실려 갔으며, 척수가 손상돼 고압 산소 치료 등을 받고 있다고 전해졌다. 베트남 보건부는 지난 2019년 기분 전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산화질소의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아산화질소 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아산화질소를 의료용으로만 사용하며 개인에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17명이 사망, 2016년 5월부터 강력히 통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많은 도시들은 아산화질소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미성년자들에게 사용 및 판매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2017년 10월 일명 '마약풍선'으로 불리는 아산화질소가 든 해피벌룬 4만여개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A(25)씨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해피벌룬 등. /사진=부산경찰청, 뉴시스

국내에서도 2017년 환경부가 7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아산화질소는 톨루엔, 초산에틸, 부탄가스 등과 마찬가지로 환각물질로 분류되며,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흡입하거나 흡입 목적으로 소지, 판매,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다.

이를 소지하거나 흡입, 또는 유통 및 권유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관리자의 해피벌룬 흡입 권유를 제보한 신한라이프의 보험설계사 A씨는 포상휴가 이후 이메일과 회사 내부 신고시스템으로 내부고발을 했으며, 신고 이후 두 관리자는 업무정지 조치됐고,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징계받은 관리자들과 사측 임원이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고.

사측은 설계사들에게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형사고소 대상이 될 수 있다거나 손해배상 청구 등에 대한 민사소송이 가능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이 나왔으며, 제보자는 사측의 집요한 색출 태도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졌다.

신한라이프는 제보가 있던 것은 맞다면서도 “법률전문가와 사실관계를 확인 결과 제보자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이라고 밝혔으며, 추가 조사와 징계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신한금융그룹 2022 ESG 보고서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6일 2022 ESG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신한금융은 진정성 있는 ESG 실천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임직원들의 관심 제고를 통해 발전적인 ESG 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윤리와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현재의 신한라이프의 행보는 이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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