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나딤 하이다리(Nadeem Haidary)는 종이로 만든 면도기, 페이퍼 컷 레이저(paper cut razor)를 선보였다. 종이의 예리한 면에 손을 베어본 경험이 드물지 않다는 데서 착안, 금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종이접기 방식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면도기를 만든 것이다.

면도 크림을 사용하더라도 예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방수 처리한 평평한 종이에 종이접기 주름과 도안을 넣어 따라가면서 접으면 완성되는 방식이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형태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부분이 부각되어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다만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에서 주관하는 '2021 굿 디자인 어워드(2021 GOOD DESIGN award)'에서 종이 면도기가 다시 나타났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칼을 만들어온 회사 카이(KAI)가 몸체를 종이로 하고 칼날 부분만 금속을 사용한 일회용 종이 면도기(PAPER RAZOR)로 'GOOD DESIGN'상을 수상한 것. 기존 면도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98%나 줄인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카이는 이 제품의 디자인은 일회용 종이 숟가락에서 착안했고 우유팩의 방수 특성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면도기의 특성상 물에 젖는 것을 고려해서 온수(40ºC)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만들었다. 종이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체 무게가 4g에 불과해서 휴대도 간편하며, 색상도 5가지(청색·적색·녹색·노란색·베이지색)로 고를 수 있는 재미를 더했다.

지난해 지구의 날(4월 22일)에 카이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시범 판매되었던 종이 면도기는 이번 달 22일부터 일본 전국의 로손(LAWSON) 편의점에서 일반 판매될 예정이다. 9월 이후에는 숙박시설에서도 취급될 예정이라고. 개당 가격은 천 원 중반 대이다.
케미컬뉴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