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워를 하다가 문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든지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경험을 해본 적이 몇 번쯤 있을 것이다. 실제로 창의성과 관련된 강연이나 연구에서도 제시되는 샤워와 아이디어와의 관계는 사실일까?
〈Wired to Create null (창의성을 타고나다)〉의 공동 작가이자 인지과학자인 스콧 배리 코프먼(Scott Barry Kaufman)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72%의 사람들이 샤워를 하는 동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독일의 욕실 및 주방설비회사 한스그로훼(Hansgrohe)의 의뢰로 8개국 18~64세 사이의 사람들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얻은 결과가 그의 주장의 배경이다.

4천여 명 중 72%가 샤워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답변은 물론 18~34세 사이의 사람들은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를 위해 샤워를 하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코프먼은 "직장에 있을 때보다 샤워를 할 때 더 창의적이라는 것은 놀랍고 매력적이다. 이 결과는 창의적 사고를 위한 휴식의 중요성에 대한 기존 연구를 강화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저명한 신경 과학자인 하버드대 앨리스 플래허티(Alice Flaherty) 교수는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매우 중요한 성분으로 도파민(dopamine)을 꼽으며, 도파민이 더 많이 방출될수록 더 창의적인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도파민은 우리가 기분이 좋고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에서 분비가 증가하는데 따뜻한 샤워나 적당한 운동, 집으로 돌아가는 운전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여기에 하버드대학의 연구원이자 심리학자인 셸리 카슨(Shelley H. Carson)은 적당한 산만함도 창의성을 촉발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골몰하고 있던 문제나 새로움에 대한 집착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 휴식의 상태가 되어 오히려 뇌가 연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기 때문에 인지적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샤워시간도 대표적인 뇌의 자유시간이라고 덧붙인다.
모든 순간에 한결같은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고 여백이 없는 활동에 창의성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긴장을 풀고 마음이 이완된 상태에서 도파민이 발휘되는 순간 창의성이 찾아온다. 자 그러면 이제 샤워기를 틀러가자.
케미컬뉴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