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시범 수업, 여러 문제들로 어려움 호소
교사들 연수로 방법적인 습득 가능하나 시스템적 문제 지적
국민청원, "TV를 이용해 전국민 EBS채널별 공통수업 송출"
교육청, 총 31만 6천대 현물로 확보한 상태
해외 원격교육, 자녀수별로 학습용 기기 지급...원격교육 만족

지난 2일 원격 수업 시범학교인 충북 청주농업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9일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다. 교사들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원격수업 운영은 정부의 지침대로 대응 노력하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학부모 모두 시범 수업 등에서도 나타난 여러 문제들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쌍방향 수업 중에 교사들이 학생들의 표정이나 반응을 한눈에 볼 수 없어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많은 교과과목을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많아 원격학습을 위한 기기가 갖추어지지 않은 가정도 많고, 교사들은 연수 등으로 방법적인 것은 습득이 가능하나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지적된다. 학교 당 기기 대여수가 정해져 있고, 저소득이나 다자녀 순으로 대여해줘야 하는데 모든 학생들에게 제데로 학습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게 해줄 수 있을 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편, 초중고 온라인 수업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국민청원에 올라와 화제다. 청원이 올라온지 이틀만에 이 청원의 참여인원은 2만7천여명이 동의했다. 

'코로나로 인한 초중고 온라인수업에 대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청와대 국민청원
'코로나로 인한 초중고 온라인수업에 대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청와대 국민청원

이 청원인는 온라인 수업에 사용할 기기 부족문제와 다양한 민원이 나올 수 있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 학생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TV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 내용은 "교육부에서 전국 16개 시도의 초중고별 학년·과목별로 우수 선생님을 2명씩 선발해 교육과정평가원에 모여 수업을 준비하고, EBS 방송과 협의를 통해 초중고별 방송 송출 시간표를 작성하여 EBS 채널을 통해 공통수업을 송출한다."는 것이다. 

청원인에 따르면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 과학과에 각 시도별로 2명이 16개 시도가 모인 32명이 초4 수학 지도를 위해 팀이 되고, 4명이 한 조가 되어 한 시간의 수업을 준비한다. 32명이므로 8시간의 수업이, 한 시간 더 준비하면 총 16시간 수업이 준비되며 4월 16일 온라인 수업 시작일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썼다.

또한 "초등학교는 하루에 20분씩 3과목이면 1시간이 된다."며 "EBS1 채널에서 초등학교 공통수업을 송출하고, EBS2 채널에서는 중학교, 3채널에서는 고등학교 공통수업을 송출하면 된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강의를 듣고 과목별로 남은 20분은 학생 스스로 복습이나 학습지풀기 등 숙제로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다음날은 과목을 달리하여 수업방송을 송출하고, 중학교의 경우 과목별 출판사가 다른 것이 있을 때는 특정과목의 공통사항을 가르치고, 개학하여 과목교사가 보충 지도를 하면 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렇게 할 경우 전국 공통수업을 받게되어 일관성이 있고, 학생들이 TV로 시청하고 학급 홈페이지에 질문 등을 올려 일선 교사의 개별 답변과 전화 통화로 부족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며, "기자재 등 천차만별의 다양한 혼란이 예상되는 전국 학교의 온라인수업보다는 전국이 공통된 수업, 우수 교사를 통한 수업, 접근성이 좋은 EBS를 통한 최상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을 못 본 학생을 위해서는 오후부터 재방송을 편성해주고 해당 자료들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시청이 가능하게 한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울산 남목고 곽성호 교사가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서 'EBS 클래스 활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울산 남목고 곽성호 교사가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서 'EBS 클래스 활용법'을 강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

온라인 수업을 위한 장비를 한 대 갖추었다 하더라도 다자녀인 경우 사용의 문제가 있어 교사들은 학부모들과 직접 연락을 통해 스마트 기기 유무 등의 수요를 파악했다.  

2일 포인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기기 수요조사와 온라인 가입절차 등을 안내하기 위해 학부모와의 연락을 계속 취하고 있다. 밤까지도 계속 연락을 받고 소통하면서 개별적으로 로그인 방법 등도 알려드리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학부모의 경우는 직접 가정방문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방문의 경우 학교의 지역전문가 선생님과 동사무소에 문의를 하고 직접 집에 찾아가게 되는데, 가보면 아무도 없어 연락이 되지않아 아이들도 학부모도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데 이틀 동안 내내 하다보니 콜센터 직원분들이 얼마나 힘드신지 체험하게 됐다."고도 했다. 

해당 국민청원에 대한 의견에 A교사는 "대한민국 가정에 다른 장비보다 TV는 대부분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민이 다 볼 수 있게 되니 기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다른 용인의 한 중학교 B교사는 이 청원에 대해 "현실과 좀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동기부여, 전개 정리까지 수업되려면 초등 20분, 중등 30분은 시간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과의 수업 후 배움에 대한 정리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습 효과가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이같은 수업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 운영 면에서는 정말 편하게 느껴지지만 지금 준비하는 출결과 피드백 등 수업 분량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시흥의 한 중학생 자녀를 둔 C씨는 "EBS채널별로 공통수업을 한다는 이 청원에 동의한다. 재방 시청만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각 담임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인지했는지 대화하고 토론식 수업으로 이끌 수 있는 좋은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D씨는 "두가지를 접목하면 더 수월할 것 같다. 전체 수업을 준비하기에 선생님들도 힘들다고 들었다. EBS 공통 수업을 보고, 화상채팅이나 토론방 등에서 이해 안가는 부분을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수업 플랫폼과 정부의 기기 확보

3일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래스팅이 교육부의 '원격 수업 출결 처리'가 인정되는 자동 출석부 기능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실시간 출결 리포트를 제공하고 학생이 온라인 학급방에 접속하면 출석 또는 결석 여부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네이버는 그룹형 SNS 밴드가 수업 플랫폼을 제공한다. 지난 1일 기준 4만여개의 '2020 신학기 밴드 캠페인'으로 새로 개설됐으며, 이용자 수는 약 33만명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출석 체크, 라이브 방송, 과제 제출 등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능이 가능하고 무료제공된다. 

네이버 밴드의 수업플랫폼/네이버

2일 교육청과 학교에 배부된 태블릿PC 등 기기는 총 23만대이다. 교육부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기 5만대를 비롯해 삼성과 LG전자가 후원하기로 한 3만 6천대 등 총 31만 6천대를 현물로 확보한 상태라고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기 물량은 충분하나 산하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다자녀가구에서 동시 원격수업 가능한 기기를 갖고 있는지 실수요를 조사하자는 요청이 접수됐다"며 "3일부터 다시 전수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라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과 정부가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기확보와 다양한 수업 플랫폼이 무리없이 제공된다고 해도 각 가정마다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은 교사들의 몫이 되었다.  

현장에서 교사들은 혼란 가운데 있다고 말한다.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도 없는 상황이고, 3번 이상 변경된 수업 계획서를 다시 편성하고 계획하고 운영해야 하는 것이 교사들의 몫이지만 정부에서 하라고 하는 지침이 사실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의 원격교육 

본지 미국 일리노이주 취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원격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아이패드를 자녀 수별로 지급해주어 교사가 원격으로 강의해준 것에 대한 과제를 아이패드로 제출하고, 교사가 확인한 후 보완점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식이라고 한다. 

다양한 학습과 문제풀이 어플들이 셋팅되어 지급되었으며, 이 아이패드에는 따로 다른 유형의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앱스토어는 미설치되어있어 학습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 한 가정(자녀 수 2명)에 지급된 아이패드ⓒ포인트경제 시카고 취재원

네덜란드 햇 파룰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현재 거의 모든 학교가 원격 교육을 실시하여, 학부모와 교사가 만족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75%가 학습지연을 걱정하고 있고, 학부모의 40%가 자녀의 장기적인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부모의 약 70%가 재택하면서 동시에 자녀를 돌보고 있다고 전해졌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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