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연구자들, 320종 이상 신열대 조류 샘플 분석
녹색물총새, 안전 수치 수은 양보다 30배 많이 검출
토양에서 작은 금 조각 회수 채굴 작업에서 사용하는 수은
소규모 금 채굴, 인간이 발생시키는 전 세계 수은 오염 38%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서인도 제도 등에서 서식하는 열대 조류들의 혈액과 깃털을 분석한 결과 높은 수은 함량이 검출됐는데 이러한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가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열대 조류의 높은 수은 함량은 바로 '금 채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 물총새는 중남미 지역의 새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수은 수치를 기록했다. /케미스트리월드 갈무리

연구팀은 9개국에서 서식하는 320종 이상의 신열대 조류로부터 2300개 이상의 혈액과 깃털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새들의 총 수은 농도는 영세·소규모 금 채굴 지역 주변에서 거의 4배가량 더 높았다. 이는 명금류에 대해 기록된 가장 높은 수은 농도일 뿐만 아니라 물총새 깃털 샘플의 경우는 남미의 새 종 전체에서 기록적인 수준이다.

특히 녹색물총새 한 마리에서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수은의 양보다 30배나 많은 양을 포함하고 있었다.

수은은 토양과 퇴적물에서 작은 금 조각을 회수하기 위해 영세하거나 소규모 금 채굴 작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수은이 금과 결합해 아말감을 형성하고 생성된 덩어리를 가열하면 수은이 증발해 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소규모 금 채굴은 인간이 발생시키는 전 세계 수은 오염의 거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큰 문제는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수은은 토양과 수로를 오염시키게 되고 배출된 수은은 기화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생명체의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

수은에 중독되면 기형아 출산이나 신경질환이 유발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나마타병으로 알려진 메틴수은 중독은 주로 뇌나 신경계가 손상돼 발생하여 팔다리의 마비나 떨림, 말을 제대로 못 하거나 귀가 안 들리고, 운동 계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새들이 수은 함량이 높아진다는 것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들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미생물은 무기수은을 유기 메틸수은으로 전환할 수 있고 유기 메틸수은은 더 쉽게 흡수되며 먹이사슬을 통해 쉽게 생물학적으로 확대된다.

무기수은이 환경으로 유출되면 토양과 수계로 들어가서 박테리아에 의해 독성이 강한 메틸수은으로 전환되고, 메틸수은은 물고기에 축적되어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페루 마드레 데 디오스(Madre de Dios)의 전형적인 영세 금 채굴 작업 /케미스트리월드 갈무리

메틸수은은 새의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쳐 적절한 이동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에서 노란엉덩이 솔새가 식이성 메틸수은을 빠르게 축적하고 급성 신경독성으로 인해 항공기와의 충돌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도 이와 상통한다.

UCLA 연구팀은 육식성 조류 종과 수생 서식지의 수은 농도가 높은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수은이 먹이 사슬을 생물학적으로 확대하고 독성 금속이 강바닥에 모이기 때문에 해양 지역에 사는 새들이 추가로 수은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마존은 지난 수년간 불법 금 채굴로 수은 중독, 하천 오염, 산림 파괴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북한도 금광 채굴로 인해 주변 강과 토양, 광산의 인부들이 수은 중독 위험이 크다고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019년 전직 북한 무역일꾼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금 생산 능력이 한 해 2톤가량이며, 현재 800kg~1톤 정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금을 생산하는 곳은 황해남도 홀동금광, 평안북도 운산금광과 천마금광 등이 있다. 북한의 금광 채굴도 수은 중독 위험을 확산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황해북도 은률 광산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들 /자유아시아방송 갈무리

북한의 금 매장량은 2천 톤으로 세계 6위로 추정되고 있다. 풍부한 금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실제 금 생산량은 연간 약 2톤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랜 채광으로 광산이 심부화되어 이에 적합한 장비보강 등 투자가 어렵고, 광산 생산에 필요한 전력이 부족하고 생산 설비가 노후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1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3.75kg)의 가격은 35만8천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이상 증가했다.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가 이어지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안전자산인 금으로 쏠리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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