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은 수은을 바르거나 먹기도
에이브러햄 링컨의 '파란 알약'은 수은 기반 물질
수은은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며 정신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진시황과 링컨의 공통점은? 간단하게는 황제와 대통령이라는 최고위 통치자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수은중독이라는 의외의 공통분모가 있다.

불로장생을 염원했던 진시황은 수은을 얼굴에 바르거나 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소량의 수은이 일시적으로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것을 보고 오해하고 남용한 것인데, 이로 인해 코와 얼굴 등이 썩고 정신병을 얻어 폭정 끝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진시황릉을 설명한 부분에는 '자동으로 발사되는 화살을 만들어 무덤에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발사되도록 했다.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쉬지 않고 흐르게 했다'라는 기록도 있다. 실제로 수은으로 된 강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진시황과 수은은 여러모로 가까운 관계를 보인다.

진사황 무덤 /BBC 갈무리

에이브러햄 링컨이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매일 복용했다는 파란 알약(blue pill 혹은 blue mass)은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유행했던 수은 기반의 물질이다. 발명한 사람은 명확하지 않지만 당시 매독·결핵·치통·변비·산후통 등 다양한 치료에 사용되었고 링컨 역시 장기간 복용한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파란 알약으로 알려진 '블루 매스' 수은 정제 /이미지=drloihjournal.blogspot

〈에이브러햄 링컨의 파란 알약: 우리 16대 대통령은 수은 중독을 앓았나요?(Abraham Lincoln's Blue Pills: Did Our 16th President Suffer from Mercury Poisoning?)〉를 쓴 은퇴한 의사 노베르트 허쉬혼(Norbert Hirschhorn)은 연구를 통해 링컨이 남색 알약으로 인해 더 우울하고 침울해 보였으며 급격한 감정 변화 등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연히 수은의 부작용으로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는데, 다행히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기 전에 약을 끊었고 이후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파란 알약 /〈에이브러햄 링컨의 파란 알약: 우리 16대 대통령은 수은 중독을 앓았나요?(Abraham Lincoln's Blue Pills: Did Our 16th President Suffer from Mercury Poisoning?)〉

지금이야 수은이 매우 유독하다는 것을 알지만 과거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발생한 수은 중독 사건으로 생긴 '미나마타병'. 화학공장에서 방류한 메틸수은이 주변 바다를 오염시켰고 여기서 채취한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에게 집단적으로 발병한 사건이다.

수은은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언어 및 운동 장애를 일으킨다. 중독될 경우 사지 마비와 장기 손상,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지금은 고농도 수은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수은이 워낙 다양한 영역에 사용되고 있고 체내에 누적되는 특성상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인 것을 고려해 보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한 15세 소년은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 '머큐리(mercury)'같은 초능력을 갖고 싶다며 수은을 직접 주입한 일이 있었다. 체온계에서 빼낸 수은을 자신의 팔 안쪽에 3차례 주입한 것인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나 만성중독의 징후는 없었다. 아이에게 정신병이나 IQ에 문제는 없었다고 하는데 판타지에 대한 교육은 필요해 보인다.

수은을 주입한 아이의 팔 X-RAY /사진=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