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나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바퀴벌레 사이보그'
이전-전극 이식 시 절단과 삽입으로 곤충 몸체 손상, 윤리적 문제
난양공대 기계공학팀- 더듬이 슬리브, 비침습적 전극, '곤충 손상 없이 긴 수명'

집안에서 마주치면 소름 돋을 바퀴벌레가 재해 탐사에 활용될 줄 누가 알았을까. 소형 로봇과 더불어 '곤충 사이보그'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작 시 필연적인 몸체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최근 개발되어 '온전한' 바퀴벌레 사이보그의 활약이 머지않아 보인다.

부서진 건물 잔해 / 출처 - 프리픽
부서진 건물 잔해 / 출처 - 프리픽

무너진 건물더미 틈새로 생존자를 탐색하거나 복잡하고 좁은 기계 구조물 사이를 누비며 이상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려면 우선 작아야 한다. 이에 센티미터 단위의 소프트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살아있는 곤충에 배터리나 전극을 이식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연구에는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Madagascar hissing cockroach)가 선택되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히싱바퀴'로도 불리는 이 바퀴는 몸길이 8~10cm의 대형종에 날개가 퇴화되고 굼뜨며 일반 바퀴와 다르게 둥글넓적한 타원형으로 납작하다. 게다가 사람에게 무해하고 성격도 온순해서 애완용으로도 많이 사육된다.

이전의 연구들은 바퀴벌레의 다리나 더듬이에 전극을 이식할 때 절단 및 삽입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발생시켰다. 이 손상은 바퀴벌레의 기대 수명을 줄였고 연구 작업들을 허사로 만들 수도 있었다. 또한 연구에서 벌레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비윤리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학술 저널 네이처(nature)의 'npj 플랙서블 일렉트로닉스'에 지난 20일 게시된 논문에 따르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기계공학팀은 바퀴벌레가 곤충 사이보그로 개조될 때 통증과 손상 없이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선행된 연구 결과에서 바퀴벌레의 더듬이 중 한쪽을 자극하면 회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금색과 플라스틱으로 겹겹이 인쇄된 슬리브를 만들어 바퀴벌레의 각 더듬이에 소매처럼 끼웠다. 자외선을 쬐어 수축한 슬라브는 절단이나 삽입의 과정 없이도 바퀴벌레의 더듬이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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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곤충을 위한 탄력성 및 전도성 막을 갖춘 비침습적 전극> a 안테나에 전극을 이식하는 기존 방식. b 온전한 곤충을 사용한 사이보그 곤충. c 안테나용 비침습적 전극. d 비침습성 전극은 순응적이고 유연하여 안테나의 목표 표면과 단단히 접촉. e 더듬이와 복부에 비침습성 전극이 부착된 전면 및 후면. f 비침습성 전극 부착 전.후 및 제거 후 안테나 상태 온전. g 곤충의 복부에 위치한 비침습적 전극 / 출처 - nature(2023.9.20)

더듬이에 끼워진 소매는 바퀴벌레의 뒷면에 붙은 작은 배낭에 짧은 와이어로 연결되었다. 핸드 컨트롤러에서 무선으로 신호를 배낭에 보내면 더듬이의 소매로 매우 약한 자극이 전해져 바퀴벌레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바퀴벌레의 배에 전극을 붙여 바퀴벌레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찾았다. 손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비침습적 전극은 다중 이온 액체 젤과 전자 전도체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전자 전도체는 전기 자극 출력 채널에 직접 연결되었고 동시에 다중 이온 액체 겔은 전자 전도체와 곤충 몸체 표면 사이에 접촉을 지원하고 전기 자극을 전도했다.

연구진은 바퀴벌레 사이보그에게 S자형 트랙을 달리게 하고 평평한 바닥에 무작위로 돌을 배치한 코스를 통과하게 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곤충 사이보그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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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곤충의 행동에 따른 "S" 모양 경로> a 사이보그 곤충의 방제 절차. 작업자는 워크스테이션에서 자극 유형 명령을 보냈다. 그런 다음 명령은 UART를 통해 중앙 보드로 전송되고 Bluetooth를 통해 사이보그 곤충으로 전송되었다. 사이보그 곤충은 명령에 따라 반응했다. b 사이보그 곤충 시연 후의 "S" 경로. 곤충은 이전에 검증된 자극 매개변수를 사용하여 "S" 경로를 따라 수동으로 탐색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이동 궤적은 설계된 경로에 가까워 제어 가능성에 이점이 있음을 나타낸다. / 출처 - nature(2023.9.20)

연구진은 곤충 사이보그가 개발되는 동안 곤충의 온전함을 보존했다. 필수 감각 기관과 더듬이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곤충의 운동 제어 능력도 검증되었다. 온전한 곤충 사이보그는 결과적으로 더듬이 감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소프트 로봇이나 곤충 사이보그에서 문제가 되었던 장애물 회피 능력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사이보그 곤충의 비침습적 통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며 향후 재난, 농업,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전 연구들에서 제기되었던 '곤충에게 가하는 고통에 대한 윤리적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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