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안전관리 외에 아무런 조치도 해줄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신고로 도움 요청받은 통영해경, 매뉴얼 상 적절한 조치를 다했다는 입장
창원해경, "경비함정 근접 기동해 안전 관리 했지만, 김 선장이 B호의 묶인 줄을 푼 후 실종돼"
유가족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해양경찰의 안일한 대처"
"해당 지자체 등은 실종 이후 6개월 간 사망 판정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이달 초 거제 해상에서 다른 선박 사고를 도와주다 실종된 50대 선장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서 문제는 해경에 도움을 먼저 요청했으나 왜 그 도움을 받지 못하고 다른 선박 선장이 도와주다가 사고가 났냐는 것이다.

지난 21일 제보에 따르면 지난 2일 경남 거제 남쪽 매물도 인근 해역에 낚시 승객 20명을 태우고 낚시 조업을 나간 진해 속천항 A호 김OO 선장(50대)은 다음날인 3일 새벽 2시경 다른 낚시 선박인 진해 B호의 스크루 줄 감김 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새벽 4시 30분경 이를 돕고자 김 선장은 다이빙슈트, 산소탱크, 스쿠버다이빙 조끼, 침력보강용 납벨트 등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궂은 날씨에 칠흑같이 어두운 수심 40m의 깊은 바다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제보자가 들은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수중 작업 후 너울에 의해 김 선장은 선체에 부딪혀 기절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한다.


"해경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줄 감김 사고당시 사고선박인 B호에서 해양경찰에 사고내용과 함께 조난신고를 하고 안전지대로의 예인 요청 또는 해양 경찰 전문 다이버를 투입해 로프절단작업등을 요청했지만, 해양경찰에서는 경비정이 출동해 안전관리(조난되어 표류하고 있는 선박이 암초나 섬, 해상의 지형지물등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등의 행위) 이 외에 아무런 조치도 해줄 수 없다고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사실 이와 같은 사고 부분은 자체적으로 민간업체를 수배해 해결해야 한다"고만 답했다고 제보자는 주장한다.

이후 사고가 난 선박에서 김 선장에게 연락해 잠수로 로프 절단하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김 선장은 처음에 어두운 새벽에 수심 깊은 바다에 들어가서 작업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해경에서 해야 할 일이고 해 줄 것이다"라고 수차례 말하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해경에서 도움을 주지 않고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을 받은 김 선장은 답답한 마음에 직접 도우러 갔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사고 선박에서 해경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해 B호에서 A호 측에 도움을 요청해 생긴 일이라는 것인데. 스크루 줄 감김 사고 발생 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해양경찰의 안일한 대처와 공무 처리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해경은 매뉴얼 상 적절한 조치를 다 했다?

'조난선박 예인 매뉴얼'에 따르면 단순 기관 고장이나 부유물 감김 등으로 인한 운항 저해 선박 발생 시 자율적으로 예인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기상이 나쁘거나 선박에 찢어진 구멍이 생기는 등 위급한 상황일 땐 해경이 직접 사고를 처리한다.

22일 뉴시스와 한국경제TV 등에 따르면 해경이 사고 발생 전 B호는 3일 오전 1시 24분께 통영해양경찰서 장승포 파출소로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고, 이날 오전 1시 42분께 현장에 도착한 통영해경은 B호에 부유물이 감긴 것 외 다른 피해는 없는 것을 확인했다.

통영해경은 B호 안전을 관리하며 민간 잠수사 섭외를 도왔으나 심야 시간으로 수배가 안되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크루에 감겼던 어망이 일부 풀려 B호는 오전 3시 18분께 8노트(시속 14.8㎞)의 속도로 거제 지심도 쪽으로 향했는데, 관할 구역이 바뀌며 오전 3시 40분께 B호를 인계받은 창원해양경찰서 역시 B호가 김 선장의 도움을 받아 어망을 푸는 동안 경비함정 P-29정을 근접 기동해 안전 관리를 진행했지만, 김 선장이 B호의 묶인 줄을 푼 이후 실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창원해경은 현재 B호 선장을 비롯해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B호 선장이 선박 관련법상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며, 실종자 가족 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신고 및 통화내역 등을 제공받아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종자 수색 작업

지난 3일 거제저널에 따르면 창원해경은 3일 오전 4시41분께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 남서방 0.6해리(약 1.1km) 해상에서 9톤급 낚시어선 김 선장이 실종돼 수색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원해경 잠수요원들이 실종된 선장 A씨를 찾기 위해 지심도 인근 해상에서 입수하고 있다. /사진=창원해경, 거제뉴스
창원해경 잠수요원들이 실종된 선장 A씨를 찾기 위해 지심도 인근 해상에서 입수하고 있다. /사진=창원해경, 거제뉴스

작업이 완료된 후에도 김 선장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스크루에 로프가 감겼던 다른 낚시어선이 VHF(무선통신)를 통해 해경에 긴급 신고해 창원해경이 1차로 장승포파출소 연안구조정과 해경구조대 등을 현장에 출동시켰으나 김 선장을 즉시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창원해경은 추가로 해경 경비함정 5척과 헬기 등을 급파하고 해군 군함 1척, 민간구조선 1척 등을 지원받아 8시간째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김 선장의 유가족들은 현재 김 선장은 실종 상태이며 해양경찰 집중 수색은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22일 창원해경은 김 선장에 대한 수색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 현장 해역은 남서풍 2~4m/s, 파고 0.5~1미터, 시정 0.5마일의 기상 상황을 보였다.


유가족들, "남을 돕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망 판정도, 애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선장의 유가족은 현재 시신을 찾지 못한다면 시신을 찾을 때까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선박과 집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월 납입금이 너무 많아서 갚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선장의 장남 김현동 씨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배도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없어지면 어머니와 저, 쌍둥이 동생까지 가족 4명이 길가에 나앉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와 관공서에서는 실종 이후 6개월 간 사망 판정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어 장례와 대출 등의 문제가 계속 지체되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사고 발생 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해양경찰의 안일한 대처와 공무 처리 방식이 제대로였는지, B호 선장의 해상에서의 선박 관련법상 선장의 책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물어달라"

그러면서 김씨는 "남을 돕다가 의롭게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를 의사자로 채택해 주실 수는 없는지, 현재 살아있는 유가족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고 다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인정 사망 판정을 받아 모든 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해 존경스러운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하루빨리 애도할 수 있게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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