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를 인정받은 인원은 총 5041명
"참사의 주범인 SK, 애경, 이마트는 피해자 보상하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SK와 애경은 4931명 중 단 11명에 대해서만 배·보상"
"정부는 노출 피해자의 폐암 등 암 발생 확인하고 피해자로 인정해야 "
지난해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 전 대표 등 13명에 폐 질환 유발 입증어려워 1심 무죄 선고
2심에서 폐 질환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보고서 증거로 채택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이자, 대한민국의 최악의 화학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폐질환을 비롯해 폐 이외 질환, 전신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이 실제 이야기는 지난해 4월 '공기살인'이라는 영화로도 개봉된 바 있다. 1994년 처음 출시돼 지난 17년 동안 1000만병이 팔리며 그 독성으로 2만명이 사망하고 95만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독성실험 결과로 위해성이 확인돼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한 기업과 이를 허가해준 정부 관계자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참사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겨우 피해 구제 최종 조정안이 나왔지만,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수용을 거부하며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31일 오후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사회적 참사 재발방지와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416명 추가 인정... 총 누적 5041명

20일 환경부는 제35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열어 심사 대상 479명 중 416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및 피해등급 결정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인정된 416명은 그간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등급을 결정받지 못했던 307명과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109명이다. 이제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를 인정받은 인원은 총 5041명으로 늘어났다.(중복자 73명 제외)

지금까지 지급된 구제급여 금액은 총 1406억4800만 원이다. 구제급여 지급 지원 항목은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간병비, 장해급여, 장의비, 특별유족조위금, 특별장의비, 구제급여조정금 등 총 8가지로 구성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위원회에서 의결된 결과를 토대로 구제급여 지급 등 피해자 구제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책임 묻는 7월 전국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인 SK, 애경, 이마트는 피해자 보상하라"

한편, 17일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 중인 SK, 애경, 이마트 등을 향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캠페인을 개최하고 지난 6월까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7848명이고, 이 중 4931명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을 통해 피해자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인 SK와 애경은 4931명 중 단 11명에 대해서만 배·보상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노출피해자의 폐암 발생 의심된다는 점도 짚으며, 정부는 폐암 등 암 발생을 확인하고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은 김동후(19)씨는 이날 캠페인에 참석해 "피해자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그냥 천식을 갖고 태어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보상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도 안 될 텐데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치가 없는지 의문이 든다. 하루빨리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줬으면 한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업체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에 사용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 특정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코로 들이마시면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담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형사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환경단체는 "재판부의 항소심 판결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유죄판결을 해야 한다"며 "유죄를 내리고 피해자들에게 배·보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뜻을 재판부는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020년부터 시작된 조정기구가 2021년 4월 조정안을 내놨지만 옥시와 애경의 반대로 2년째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엔 암 발생도 크게 의심된다. 발암물질 노출이라는 새로운 피해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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