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소음 제한 하려는 의도의 '밍크고래 청력 연구'
손상된 수중 우리 경계망에 얽혀 밍크고래 폐사
동물단체와 과학자들의 비난 속에서 재게 수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서 지식을 수집할 때는 오랜 시간과 희생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실험대상이 우리와 친숙한 동물일 경우 논란이 커지기도 한다. 최근 '바다에서 인간이 허용해야 하는 소음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차단망에 고래가 얽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즉 고래를 위한 연구가 고래를 죽인 셈이다.

밍크 고래 / 사진 출처 - FFI
밍크 고래 / 사진 출처 - FFI

노르웨이 국방 연구 기관(FFI)이 미국 국립해양포유동물재단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이 실험은 공식적으로 '인위적 바다 소음의 한계를 정하기 위한 지식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고래를 지키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고래의 청각은 먼 거리에서도 인간들의 소음을 들을 수 있어서 탐색, 먹이 구하기, 위험 피하기 등의 생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FFI는 이 연구로 얻은 정보가 연방 규제 기관, 과학자 및 환경 보호론자들이 고래를 바다 소음에서 보호하고 개선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험 방식은 이동하는 어린 밍크고래를 수중 우리에 가두고 전극을 부착해서 뇌파를 측정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2021년부터 내년까지 매년 여름 실행하기로 예정된 프로젝트는 윤리문제와 그 위험성 때문에 동물 권리 옹호자와 과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설상가상 올해의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2일과 3일 사이의 밤, 악천후로 손상된 수중 우리 경계망에 밍크고래 한 마리가 얽혀 죽는 일이 일어났다. 사고를 검토하고 복구하는 동안 프로젝트는 무기한 보류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밍크고래와 다른 흰 수염고래들을 보호하고 인간이 만든 유해한 소음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FFI의 수석 연구원 페테르 크바세임(Petter Kvadsheim)이 말했다. 그는 이 실험에서 '동물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전하면서도 작업이 계속 될 것임을 암시했다.

동물복지연구소(AWI)는 '예견된 사고'에 분노했다. AWI와 지지자들은 3년 동안 데이터도 얻지 못했으면서 고래만 위협하는 이 연구가 세금 낭비라며 노르웨이와 미국 기관에 연구 허가 및 자금 지원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밍크고래 청력 프로젝트 수중 어망 / 사진 출처 - FFI
밍크고래 청력 프로젝트 수중 어망 / 사진 출처 - FFI

FFI 말대로 훗날 이 연구를 토대로 바다 소음을 상쇄할 대안들이 개발되어 고래들이 살기 좋은 바다가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실험 대상으로 피해를 입거나 죽은 고래들은 이런 인간의 의도를 알 리 없다. 그들은 그저 갇혀서 전극이 삽입되고 혈액을 내주며 두려움을 키울 뿐이다.

고래 및 돌고래 보호 단체의 대변인 대니 그로브스(Danny Groves)는 '우리는 잔인하고 무의미한 실험이 고래를 죽일 것이라고 경고해 왔지만 실험이 시작되기도 전에 고래가 죽었다는 것은 슬픈 아이러니'라고 전했다.

많은 우려와 비난 속에서도 '밍크고래 청력 프로젝트'는 재게될 전망이다. 13일 FFI는 노르웨이 당국 및 미 해군 의료국과 국립해양포유류 재단(NMMF) 등이 사고에 대한 검토를 완료했고 시설 강화와 추가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고 13일 사이트에 밝혔다. 게시글에는 이번 고래 사망이 '악천후와 매우 강한 달의 조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강조되었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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