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는 옷이 나무처럼 광합성을 한다면 어떨까.

영국에 있는 과학 연구소이자 패션 스튜디오인 '포스트 카본 랩(Post Carbon Lab)'. 런던 패션 칼리지 출신의 디안 젠 린(Dian Jen Lin)과 앤드워프 예술 학교를 졸업한 하네스 훌스타트(Hannes Hulstaert)가 설립한 이곳은 녹색 해조류를 더해서 만든 신소재를 선보였다.

주요 개념은 미생물(해조류)로 코팅된 직물로 옷이나 패션용품 등을 만드는 것인데, 실제 미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와 포도당·산소 생성이라는 광합성 과정이 진행된다. 스튜디오의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제작된 옷은 6년생 나무 수준의 광합성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미생물 코팅 /postcarbonlab
현미경으로 보이는 미생물 코팅과 과정 /postcarbonlab

창업자들은 섬유 처리와 염색에서 발생하는 수질 오염과 버려져 매립되는 의류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울러 과잉 생산되는 의류와 짧은 수명 주기도 지적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기존의 의류업체와 디자이너들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2020년에 'ITS Responsible Fashion Award(책임감 있는 패션상)'를 수상한 캐나다 디자이너 올리비아 루벤스(Olivia Rubens)는 포스트 카본 랩과의 협업을 통해 미생물 색소 카디건을 선보였는가 하면, 프랑스 브랜드 에곤랩(EgonLab)은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3각 콜라보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포스트 카본 랩과 협업한 의류들 /dezeen

다만 이 옷들에는 특별한 주의사항도 있다. 미생물을 유지하기 위해 채광과 통풍을 충분히 해줘야 하며 절대 세탁기로 세탁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일반 옷도 오래 입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한 것처럼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영국의 '볼레백(Vollebak)'과 미국 스타트업 '리빙잉크(Living Ink)'의 협업으로 탄생한 '블랙 알지 티셔츠(Black Algae T-Shirt)'도 해조류 염료를 사용한 원단으로 탄생했다. 염료로 사용된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가 하면 기존 석유 염료(특히 카본블랙)의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모두 상쇄한다.

볼레벡 홈페이지 '블랙 알지 티셔츠' /사진=vollebak

이뿐만 아니라 해조류로 만든 잉크는 자외선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색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며, 옷을 구성하는 다른 소재는 유칼립투스·너도밤나무·가문비나무 등을 펄프화한 뒤 섬유로 만들어 제작했기 때문에 버려져도 토양 안에서 12주 내에 생분해가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든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아울러 환경을 생각하기 위해서 과학과 패션을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소비자들도 책임감을 보여줄 차례가 아닌가 싶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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