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배 더 단단한 강화목재로 만든 나무 칼, 나무 못
곰팡이를 제어한 자연스러운 목재 작품
그린 뉴딜·탄소중립 시대 목재의 기능과 역할은 중요

나무는 자연을 상징하면서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해 온 재료다. 친환경과 건강, 따뜻한 이미지를 전해주는 장점과 함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단점도 명확한 목재. 그런데 최근 목재의 다양한 변신이 눈길을 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재료과학자인 리텅(Teng Li) 박사의 연구팀은 지난 10월 과학 저널 'Matter'를 통해 일반적인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스테이크용 칼보다 3배 정도 더 예리한 나무 칼을 소개했다.

(왼쪽) 강철보다 예리한 나무칼로 스테이크를 자르는 모습, (오른쪽) 나무 못으로 나무판자 세 겹을 망치로 박는 모습 /New Scientist 유튜브 화면 캡처

연구팀은 나무에 있는 셀룰로스(cellulose, 섬유소)의 강도를 살리며 화학처리·압착·수분 제거·오일 코팅 등의 과정을 거쳐 보통 나무보다 23배 더 단단한 강화 목재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화목재는 다양한 모양으로 가공될 수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나무 칼과 나무 못을 제작한 것이다.

강철 및 플라스틱의 재생 가능한 대안으로 경화 목재 /재료 과학 저널 'Matter' 갈무리

연구팀은 이 같은 목재 처리 과정이 다른 인공재료들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비용은 낮으며 오염물질 배출도 덜하다고 강조한다.

스위스 연방 소재 과학기술 연구소(EMPA, Eidgenössische Materialprüfungs- und Forschungsanstalt)에서는 나무의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곰팡이를 제어한 작품을 선보였다. 보통 나무에 있는 곰팡이는 부패를 촉진하고 썩게 만드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뒤집는 기술이다.

(왼쪽) 썩은 균류 Kretzschmaria deusta를 사용해 돌가루, 너도밤나무, 단풍나무로 만든 직경 1미터의 시계, (우측상단)Francis Schwarze의 연구팀은 다양한 곰팡이의 돌기 과정을 조절하는데 성공해 해가 지는 것과 같은 대량서식 나무에서 그림을 만들어냈다. (우측 하단) 엠파 연구원은 처음으로 곰팡이로 나무 위에 글씨를 쓰는 방법을 성공했다. /재료 과학 저널 'Matter' , Empa
(왼쪽) 썩은 균류 Kretzschmaria deusta를 사용해 돌가루, 너도밤나무, 단풍나무로 만든 직경 1미터의 시계, (우측상단)Francis Schwarze의 연구팀은 다양한 곰팡이의 돌기 과정을 조절하는데 성공해 해가 지는 것과 같은 대량서식 나무에서 그림을 만들어냈다. (우측 하단) 엠파 연구원은 처음으로 곰팡이로 나무 위에 글씨를 쓰는 방법을 성공했다. /재료 과학 저널 'Matter' , Empa

프랜시스 슈바르체(Francis Schwarze)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곰팡이를 분석해서 목재 마감재로 사용 가능한 곰팡이를 선별했다. 그리고 곰팡이의 조합을 통해 나무의 패턴에 따라 어두운 멜라닌 색소선이 나타나게 유도, 자연스러운 작품화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위해서 물푸레나무, 너도밤나무, 단풍나무 등과 같은 단단한 나무들이 사용되었으며, 보통 균류가 목재 수분이 28~33% 이상일 때 활발한데 비해 이번에 사용된 기술은 수분이 20% 정도인 상태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이다. 연구팀은 고급 가구 시장에서의 수요 충족과 목재의 활용성이 더 다양해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무가 필연적으로 불에 취약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는 방법 중 나노 복합체 코팅(Nanocomposite coatings) 기술을 주목해 볼 만하다. 목재의 표면에 나노섬유를 입혀 점화 시간은 증가하고, 총 열 방출량과 최대 평균 열 방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난연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축이나 구조물에 목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을 기대한다.

그린 뉴딜·탄소중립 목표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목재는 다시금 떠오르는 대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10년 동안 16% 정도를 유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시대적 요구는 물론 단점을 극복하고 기능성을 확보해가는 목재산업의 가능성을 기대한다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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