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검찰 내부 자료로 가장 이득은 허영인 회장
연루된 황재복∙백전무∙김수사관 모두 구속 기소
시민단체 등이 한 중대재해처벌법 고발 건도

SPC 그룹의 황재복 대표이사가 검찰 수사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면서, 최근 배임 혐의를 벗은 허영인 회장의 '일시적 평온'이 또다시 위태로워졌다.

허영인 회장/ ⓒ뉴시스
SPC그룹 허영인 회장/ 출처 - 뉴시스 (포인트경제)

지난 4일 법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황 대표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황 대표 구속기간 동안 허 회장이 '윗선'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포인트경제는 지난 6일부터 허 회장의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과 사실 확인을 위해 SPC 홍보실에 전화∙문자 등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거래된 검찰 수사 정보... 이득은 누가 봤을까

황 대표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3년 동안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SPC 백 모 전무와 공모해 검찰 수사관 김 모 씨에게 620만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수사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도 받는다. 당시는 허 회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다.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 / 출처 - SPC (포인트경제)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 / 출처 - SPC (포인트경제)

검찰은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던 중 압수된 백 전무의 휴대폰에서 황 대표의 수사 정보 거래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해 12월 황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관련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6일 빼돌린 검찰 수사 정보를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백 전무와 김 수사관이 구속 기소됐다.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앞에 도착한 백 전무는 "황 대표의 지시가 있었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함구했다.

황 대표 역시 이번에 11시간에 걸친 구속영장심사 끝에 구속되며 최장 20일 기간 동안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일 허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에서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과 황 대표와 함께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수사방향은 '최윗선'으로

허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해 179억7천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시기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시행되기 직전이었다. 밀다원 매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다음해 1월부터 총수 일가에게 매년 8억원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샤니는 58억1천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천만원의 손해를 입었고, 검찰은 이런 행위가 회장 일가의 증여세 회피 목적이라는 판단에 지난 2022년 12월 허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6일 KBS는 검찰이 SPC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정승계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시작한 2020년 9월, 황 대표가 수사 상황을 백 전무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정황을 전했다. 백 전무는 그해 11월 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보고 내용에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보고까지 있어 수사기밀이 신속하게 전달됐음을 알 수 있다. 황 대표는 백 전무에게 보안을 유지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SPC 백모 전무 / 출처 - 뉴시스 (포인트경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SPC 백 전무 / 출처 - 뉴시스 (포인트경제)

정보를 준 김 수사관은 평소 백 전무와 친분이 있던 사이로, 당시 허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소속이었다. 2022년 11월 SPC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을 때도 허 회장 집무실 수색을 맡았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황 대표가 김 수사관에게 주는 선물에 자신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그 자신이 직접 골프 접대를 하는 등 각별한 관리를 한 정황도 확보했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 현재, 황 대표까지 구속되면서 검찰의 활시위는 자연스레 '최윗선'인 허 회장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7일 허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에 항소했다.


'비탈 위의 눈덩이' 허영인 회장 사법리스크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과 부당 노동 행위 혐의 2건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 출처 - 뉴시스 (포인트 경제)
서울중앙지검 / 출처 - 뉴시스 (포인트 경제)

SPC는 2022년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올랐다. SPL과 샤니 등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반죽 혼합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하고 컨베이어벨트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인명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특히 샤니 공장은 1년 새 끼임 사고만 3번이 발생했다. 작년 8월에도 50대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SPC의 대처도 문제가 됐다.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린 후 그날 밤부터 작업을 재개하고, 다음날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뿐 아니라 빵을 만들다 사고를 당한 사망자 빈소에 자사 빵을 전달하는 등 상식을 넘어선 행태를 보였다. 사회적 공분은 폭발적인 SPC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사고 이후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1천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해 12월 산업재해 관련 증인으로 국회 청문회 출석 직전까지 경기 평택 SPL 공장에서 외주 직원이 다치면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과 야당 간사 이수진 의원 / SBS 뉴스 Live 영상 캡처
산업재해 관련 증인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허영인 SPC 그룹 회장과 야당 간사 이수진 의원 / SBS 뉴스 Live 영상 캡처 (포인트경제)

지난해 9월 19일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등 4개 단체는 허 회장과 샤니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 치사)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 파괴와 부당 노동 행위, 검찰 자료 유출 등에 연루된 황 대표가 구속 기소되면서 검찰의 칼날이 가장 윗선을 겨누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허 회장이 국회 청문회서처럼 '관여하지 않았다'로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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