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항의하는 목소리 나오자 졸업생 입 틀어막고 사지 들고 끌어내
대통령실 대변인실 "행사장 질서 확립 위해 소란 행위자 분리 조치"
누리꾼들 "할 말 하는 학생에게 존경과 경의",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민주당 "국민의 목소리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길 촉구"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던 중 한 졸업생이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을 외치자 경호원이 입을 틀어막으며 끌고 나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대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도중 한 석사 졸업생이 “알앤디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치는 순간 경호원이 입을 막으며 제지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대통령 경호원들이 졸업생을 끌고 나가는 사진과 영상들이 게시된 상태다.

SNS 등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졸업생들이 앉은 좌석에서 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대통령 경호원은 즉각 해당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졸업생이 제압되지 않자 경호원 여러 명이 붙어 곧장 그의 사지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사지가 잡혀 끌려나가는 카이스트 졸업생 /오마이TV 영상 캡처

이를 본 누리꾼들은 "용기 있게 대통령 앞에서 할 말 하는 학생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윤 정부는 민주주의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며 관련 게시 영상에 많은 댓글로 반응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한 오후 브리핑에서 "지난 1월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외친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더니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을 또 끌어내서 쫓아냈다"며 "대통령을 향한 의사표시의 외침조차 한시도 참을 수 없었느냐"고 밝혔다.

지난달 18일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강제 퇴장을 당한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는데 이번 졸업생과 유사하게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힌 체 사지가 들려 끌려나갔다.

경호원에게 입을 틀어막혀 사지가 들려 쫒겨나고 있는 강성희 의원 /JTBC 영상 캡처

서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정녕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 틀림없다"며 "윤 대통령은 R&D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계의 목소리를 입을 틀어막아 내쫓은 것이다. 참 비정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 연설 중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대목을 경호처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끌어내라'로 들은 것이 분명하다"며 "윤 대통령은 제발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R&D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러메는 대통령실 경호원들의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며 "이게 무슨 만행이냐"고 지적했다.

김한규 의원은 "국회의원 폭력 제압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똑같은 사건이 재발했다"며 "이견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행태를 반복하는 걸 보니 국민들의 질책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말 만하면 짐승처럼 끌려 나가는 나라가 나라냐"고 직격 했다.

이수진 의원도 "진보당 강성희 의원에 이어 카이스트 졸업생까지 끌고 나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독재 정권의 모습"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소통 방식은 입을 틀어막고 끌고 나가며 겁박하는 방식밖에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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