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당 윌리엄 라이칭더 후보 당선
64세의 의사출신 정치인, "전 세계 민주주의 공동체 승리"
대만 사회의 반중 정서, 지난 2019년 홍콩 사태 계기
한국무역협회, "양안 관계의 긴장이 이어질 것,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의 대비 필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윌리엄 라이칭더(64세, William Lai Ching-te) 후보가 당선됐다. 지속된 중국의 압력에도 대만 국민들은 그를 선택했다.

14일 외신들은 대만 집권당이 축출되기를 바랐던 중국의 분노를 샀다고 보도했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터 후보가 토요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타이베이에서 열린 민주진보당 집회에서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이번 선거는 여당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6.6%p,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와는 13.6%p의 격차로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세계 지도자들의 당선 축하와 중국의 분노

이날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세계 지도자들이 라이칭더가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대만 국민이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와 선거 과정의 강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축하했고,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결과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영국 측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어떠한 언행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 외무상이 대만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중요한 친구"라고 묘사한 축사에 대해서 주일 중국대사관은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집권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통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은 중국과 대만의 '통일'이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밝혀왔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진당을 경멸하고 유권자들에게 당을 축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도 결국 실패했다.

중국 대만사무관공실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나온 후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는 주장을 거듭하면서 "병합의 불가피한 추세"라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14일 대만 외교부는 이러한 발언이 "터무니없고, 반박할 가치가 없다"라고 비난했다. 대만은 "국제 인식과 양안 상황에 전혀 맞지 않으며, 세계 민주주의 공동체의 기대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주장하는 대만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라고 밝혔다.

BBC도 이날 "대만이 중국이 싫어하는 대통령을 선택했다"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은 라이칭더가 '말썽군'이자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불렀지만, 이제 그는 대만의 차기 총통이 되었다.

대만 국민들은 의사 출신 정치인 라이칭더를 중국과의 험난한 관계를 통해 대만을 이끌도록 선택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윌리엄 라이칭더 /BBC 갈무리

중국의 압박이 대만 국민의 거부감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국제 관측자들로부터 갈등이 곧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주장하는 국민당을 지원해 왔다. 민진당이 집권할 경우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사회의 반중 정서는 지난 2019년 홍콩 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 경찰이 홍콩 시민을 폭력 진압하는 영상이 보도되면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은 커져만 갔다. 20%까지 이르던 통일 찬성 여론은 10%대로 떨어졌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분석가는 중국 정부가 라이 총리의 승리에 대해 5월 취임을 앞두고 더 큰 압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동맹국들에게 대만에 대한 영토 주장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모스크바가 대만을 중국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칭더는 자신의 승리를 전 세계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라고 불렀다. 민진당은 이번 총통 선거의 슬로건으로 '민주 대 독재의 대결'을 내세웠다. 대만을 '민주'로 중국을 '독재'로 설정하고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하고 미국 등 민주 세력과 협력해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만은 공식적으로 3당 체제에 들어섰고 주요 법안에 대한 합의 구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만인민당 지지자들이 선거 집회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가디언지 갈무리
승리를 축하하는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BBC 갈무리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및 향후 전망' 보고서 발간을 통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당선됨에 따라 양안 관계의 긴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또한 공급망 점검,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검토해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현 차이잉원 총통의 양안 및 외교정책을 계승하고 ▲국방력 강화 ▲미·일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 추구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축소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은 라이칭더 당선자 집권 하에서 공식적인 양안 교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사전점검 및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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