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필요하지 않는 것은 피해지역 사람들도 필요 없다"
유통기한이 지난 밥과 건빵, 드레싱..."폐기할 수 밖에"
'카드가 부족한 트럼프, 컷이 부족한 오셀로'
튀르키예 등에 '종이학' 보내려... 자국 내에서도 '민폐' 비판
피해지역에 '성인용품' 보낸 일본 유튜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피해 지역에는 재해민들을 위한 지원 물자가 보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용할 수 없어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물품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보낸 건가?

11일 NHK는 현재 SNS에서 '#재해시 필요 없었던 리스트(#被災地いらなかった物リスト)'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는 등 노토반도 지진 지원물자를 둘러싸고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츠'라고 쓰여진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유통 기한이 지난 밥이나 건빵, 드레싱, 냉장 보관이 필요한 두부 등도 있었다. /NHK 갈무리

이시카와현이나 도야마현은 개인으로부터의 지원 물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보내진 지원물자를 용도별로 구분하는 수고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에서 피난소로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에는 개인이 보낸 지원물자가 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상자 안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밥과 건빵, 드레싱을 포함해 냉장 보관용 두부도 들어 있었는데 피난소에서 구분 작업을 돕고 있던 대학생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2024년 1월 3일인 지원 물품 /NHK 갈무리

'곤란한' 지원, 과거에도

과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와테현 리쿠젠 타카다시에서 피해를 입은 주민으로서 피난소에서 일을 돕던 사토 카즈오씨는 "물자를 받는 측의 상황을 고려해 지원해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피해지역 사람들도 필요 없다

사토씨의 기억에 남는 '필요 없는' 지원 물자 중 하나는 '카드가 부족한 트럼프, 컷이 부족한 오셀로(보드게임)'라고 했다. 피난소의 아이들을 위해 집에 있던 놀이 도구를 보냈다고 생각되지만 내용물이 다 들어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곤란한' 지원이 되는 것이다.

알이 하나 부족한 '오셀로' /NHK 갈무리

깨끗하지 않고 상태나 나쁜 의류나 속옷 등도 피해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원 물자의 보내는 방법도 주의가 필요한데 여러 종류의 물건을 한꺼번에 넣어 보내면 피난소에서 구분하려면 또 어려움이 있다. 안에서 식재료가 썩어 다른 물건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고.

#재해지 필요 없었던 물건 리스트」를 생각한다
'#재해지 필요 없었던 물건 리스트'를 생각한다. /닛텔레 NEWS NNN 갈무리

사토씨는 "이런 지원은 곤란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지진 재해로부터 5년 정도 걸렸다고 말한다. 재해자로서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보내는 사람의 선의에 대해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비판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재해 때마다 동일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사토씨는 식욕을 돋아주는 조미료(간장, 된장) 등이 있을 때 식욕을 되찾은 적이 있고, 노트나 필기구, PC, 커피, 만화 등도 피난소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원 물자를 구분하는데도 인원이 필요하다. /NHK 갈무리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에 '종이학' 보내려... 자국 내에서도 '민폐' 비판

지난해 초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일본에서 종이학을 접어 보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감성적'으로는 종이학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통인 피해 지역에서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 '천 마리 종이학'은 처치 곤란이기 때문이다.

실상 일본에서 평화와 안녕을 상징하는 종이학은 '무병장수' 등의 의미로 자연재해 피해 지역에 종이학을 접어 보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보내려는 사람들의 위로의 마음은 이해가 되긴 하지만 자국 내에서도 여론은 좋지 않다.

지난 4일 야후재팬의 질문답변 커뮤니티에서 일본의 한 누리꾼은 재해지에 종이학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 "한 피해지에서는 체육관에 천장 근처까지 치바학(종이학)으로 묻혔다고 한다. 이 종이학보다 물이나 음식이 먼저 도착하면 생명도 살릴 것이다. 종이학은 생각을 담아 접어도 좋지만 보내는 것은 그만둡시다"라고 답변했다. 해당 답변은 베스트 답변으로 채택됐다.

렌고쿠 코로아키 X(煉獄コロアキX)

또 지난 6일에는 일본의 한 유튜버가 지진 피해 지역에 '성인용품'을 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재해지역의 성범죄를 막겠다. 스트레스 해소도 된다”며 “국가가 절대로 지급해주지 않는 물건이야말로 이재민이 갖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게시물과 함께 300개의 성인용품 인증 사진을 올렸다.

당국에서 재해 지역 방문을 삼가 달라고 했음에도 그는 직접 찾아가 지원 물자를 전달했다고 전해졌다. 11일 기준 현재 이시카와·도야마·니가타의 3현은 개인으로부터의 지원 물자는 받지 않고 있다.

피해 지역 재해민들에게 보내지는 지원 물자는 그 수가 충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피난소에서 공평하게 배포하기도 어렵다. 긴급구호 단체나 기업, 지자체 등에 지원하는 것을 이용해 보내는 것이 좋은 이유다.

한편, 11일 구호 전문 국제 비정부기구(NGO) 피스윈즈가 일본 지진 피해 현장에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이들은 수색구조 지원, 의료 지원, 긴급물품 지원 등 구호 업무에 나섰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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