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과도한 공포 필요 없어"
항생제 내성의 증가가 화두... 글로벌 공중보건 10대 위협 중 하나
마이코플라스마,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는 경구 스테로이드 추가
13일 식약처, 일동제약 방문...항생제 안정공급 적극 지원
대웅제약-노아바이오텍, ‘항생제 신약’ 개발 본격 나서

최근 독감(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 폐렴 등 호흡기감염병의 발생이 증가하면서 영유아 환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는 1.4배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전 대비 약 46% 수준이다. 11월 1주에 174명에서 12월 1주에 249명으로 증가했는데, 1~12세 학동기 아동에서 대부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2023)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월별 입원환자 발생현황 /질병관리청
최근 5년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주별 입원환자 발생현황 /질병관리청

독감도 연중 유행하지만 예년 대비 이른 겨울철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이 국내 흔한 폐렴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질병 자체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보통 대부분 마이코플라스마에 걸리면 아무 증상 없이 회복되는데 어린아이들일수록 증상이 잘 발현된다.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에 감염된 영유아는 특히 폐렴 증상이 중등증이나 중증으로 넘어가는 경우 상급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마이코플라즈마는 잠복기가 길게는 2주~3주까지도 있어, 증상이 발현했을 때 누구한테 옮았는지 추측할 수 없다고 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의 주사형전자현미경 사진 /이미지=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CDC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의 주사형전자현미경 사진 /이미지=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CDC

마이코플라스마는 세균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심해지면서 증상이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어 마이코플라스마를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은 세포벽이 없는데, 세균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세포벽을 허물어 세균을 죽이지만 마이코플라스마는 이미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생제는 잘 듣지 않는 이유다.

항생제 내성

항생제는 세균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최근 오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의 증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항생제 내성을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 부르며, 글로벌 공중보건 10대 위협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어떤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는 세균을 ‘슈퍼 박테리아’라고 하는데, 이에 감염된 환자는 제대로 치료되는 약이 없어 작은 상처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항암치료 과정에서의 세균 감염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표적 세균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항생제가 전달이 되지 않거나, 표적의 변이, 항생제 불활성화 등의 과정으로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마이코플라즈마는 2019년도 우리나라 조사를 했을 때 이미 80%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어 일단 1차 치료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지침으로 되어 있고, 이후 소아 환자가 너무 힘들고 치료 반응이 없는 경우는 경구 스테로이드를 추가해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1차 약제에서 2차 약제로 변경하게 되는데, 그 2차 약제는 우리나라에서 18세 또는 12세 미만 소아에서는 허가가 되어 있지 않은 약이다.

연령 제한이 있는 약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신에 허가 사항을 초과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가 판단해 부작용보다 효과가 상회한다는 것이 판단됐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으로 중환자실까지 가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주 드물게 0.1% 미만에서 뇌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 경우 상급 병원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국내 항생제 공급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 감염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인 ‘클래리트로마이신’, ‘아지스로마이신’ 제제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일동제약 안성공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클래리트로마이신과 아지스로마이신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마크로라이드(macrolides)계 항생제다. 일동제약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아지탑스(성분명 아지트로마이신), 일동록시트로마이신(록시트로마이신), 씨라클(클래리트로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보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뉴시스

식약처 김유미 차장은 항생제의 원료 수습 현황과 생산-출하량 등을 점검하고 업계의 현장 애로사항을 들었다. 일동제약은 아지탑스 등 관련 치료제 원료 제조 준비를 마치고 긴급 생산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식약처 역시 관련 제약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의료 현장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 대웅제약이 세균의 내성을 이겨내는 ‘항생제 신약’ 개발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지난 11일 대웅제약은 미생물·바이오 벤처기업 노아바이오텍과 ‘내성극복 플랫폼 기반 항생물질’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항생제 신약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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