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송현곤 교수팀, 인체 항산화 작용 모방 전해액 첨가제 개발
350배 싼 고용량·장수명 배터리 실현

전기자동차와 대용량 에너지저장 장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고용량·장수명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진 가운데 대용량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배터리 노화를 막는 첨가제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 연구팀은 배터리 양극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제 1저자 이호식 연구교수, 제 1저자 김민호 연구원, 제 1저자 이정인 연구원, 송현곤 교수, 이현욱 교수 /연구진 사진=UNIST 제공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논문명 'Guaiacol as an Organic Superoxide Dismutase Mimics for Anti-ageing a Ru-based Li-rich Layered Oxide Cathode'로 지난 10월 16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11월 27일 출판됐다.

기존 고용량 양극 연구는 높은 용량을 낼 수 있지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가진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배터리 충·방전 중 발생하는 활성산소 때문인데, 이 활성산소는 전해액을 분해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물질을 용해하거나 배터리를 팽창시키는 등 배터리 성능을 크게 저하한다.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의 노화를 막는다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에 주목한 연구팀은 대표적인 항산화제인 페놀류가 양성자 이동을 통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리튬 이온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 안에서 불균등화 반응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작용 원리를 차용해 페놀류 항산화제를 리튬 이온 배터리용 첨가제로 변모시켰다.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산화물에서 구아이아콜의 작동 원리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산화물에서 구아이아콜의 작동 원리 /UNIST 제공

항산화제로 알려진 물질들은 대부분 우리 몸과 비슷한 환경인 수계 전해질에서 진행된 연구이고, 유기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될 것이나 이를 고려한 기존 연구는 없었다.

페놀에 메톡시 그룹을 결합해 항산화효소를 모방한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만들다.

연구팀은 구아이아콜은 리튬화 된 활성산소와 결합해 활성산소를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리튬 과산화물’과 ‘산소’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활성산소는 전자를 받아 환원된 산소를 의미한다. O2·- 라디칼 형태를 가진다. 매우 불안정하고 강한 산화력으로 높은 화학적 반응성을 가진다.

연구팀은 컴퓨터적 계산을 통해 구아이아콜이 리튬화 된 활성산소의 흡착에너지와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켜 효율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구아이아콜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불균등화 반응을 촉진해 활성산소로 인한 나쁜 반응을 막는 것.

계산화학을 통한 SODm으로서 구아이아콜의 예상 반응 경로(구아이아콜을 첨가한 경우(초록) 리튬화 된 활성산소와의 부착 에너지가 페놀(주황)과 기존 전해질(검정) 대비 낮아지며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 또한 낮아진다) /UNIST 제공

특히 연구팀이 기존에 발표했던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에 비해 약 350분의 1의 가격인 약 1g당 1200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구아이아콜은 전해액에 소량(0.3 wt%) 첨가하면 전해질 용매 대신 활성산소와 반응해 전해액 분해를 막는다. 첫 번째 충전 시 산화되면서 양극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동안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 구아이아콜은 기존 전해질과 비교해 80%까지 용량을 유지하며 약 4배 정도 길게(65회 정도의 충·방전) 배터리를 사용하게 해 준다. 200회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70%까지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이전에 발표한 활성산소 제거 첨가제(MA-C60)와 비교하여 값비싼 무기물의 첨가제가 아니라 값싼 유기물 항산화 작용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제1 저자 이정인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원은 “항산화제를 배터리에 적용시키는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항산화제인 페놀과 불균등화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비교해 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한 작용 방법을 규명한 것은 처음이다”며 “추후 배터리의 활성산소를 제어하기 위한 분자구조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구아이아콜은 본 연구팀이 이전에 발표한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의 항산화효소 모방 촉매 특성을 이은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양극용 최초의 유기물 항산화 첨가제”라며 “리튬 과잉 양극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문제 되는 다른 고용량 양극에도 적용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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