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 국내 품종 국화 '백강' 역수입 논란
농진청 - 폐쇄적 현지 조사, 취재진 막은 농가설명회
베트남 내수용 이외의 수출 규제 '강제' 조항 부재
불법유통에 강력 대응으로 '백강' 보호 시급

국산 프리미엄 국화 품종 '백강'이 베트남 수출 한 달 여 만에 '역수입' 문제에 직면하면서 국내 국화농가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프리미엄 품종 국화 '백강' / 사진 출처 - 농업진흥청 영상 캡처
국산 프리미엄 품종 국화 '백강' / 사진 출처 - 농촌진흥청 영상 캡처

◆ 7년 사용, 로열티 3억 원에 베트남 수출 계약

지난 6월 말, 농진청은 2015년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국화 품종 '백강' 종자를 베트남에 3억 원가량의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게 됐다고 정책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장례용과 헌화용으로 사용되는 흰색 대형 국화는 한국과 일본 국화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흰색 대국은 85% 이상을 일본 품종이 점유하고 있어 '백강'의 개발은 국내 국화농가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하얗고 강한 꽃이라는 뜻의 '백강'은 색이 깨끗하고 꽃잎이 잘 빠지지 않으면서 절화 수명도 3-4주로 일반 국화의 2배 가까이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생산이 가능하고 국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흰녹병'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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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잎에 국화 흰녹병 감염의 증상.
위쪽 (왼쪽) 및 아래쪽 (오른쪽) 잎 표면. / 사진 출처 - 조지아대학 식물 산업과
아카이브, 플로리다 농업 및 소비자 서비스부, Bug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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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녹병(Puccinia horiana)은 곰팡이의 일종으로 서늘하고 습한 기후에서 국화 속 식물종에 발생한다. 감염된 국화 잎에 나타나는 옅은 녹색과 노란색의 반점은 조직이 괴사 되면서 갈색으로 변하고 잎과 줄기, 꽃에는 포자 덩어리가 돌기처럼 돋아나 상품성을 훼손한다.

'백강'은 방제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난방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 백강은 보급 5년 만에 흰색 대국 시장에서 일본 품종의 자리를 대체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일본에도 수출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 베트남산 역수입 의혹 국화들 '백강'과 유전자 일치

농진청은 이번 베트남 수출 계약으로 '백강'의 역유입 등의 우려를 전달한 농가들에게 국내 농가를 보호할 법적조치가 충분하다고 안심시켰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국화는 베트남에서만 판매하고 수출할 때는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7월 말, 농민신문은 베트남에 수출한 국화 종자 '백강'이 절화로 역수입돼 국내시장을 교란하고 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역수입 의혹을 받는 베트남산 국화 '그레이스'는 유전자 검사 결과 '백강'과 일치했다. 국화농가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이미 3차례나 우리나라에 수입돼 대량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또 다른 업체에 의해 '신카모토'란 이름으로 역수입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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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의 백강 역수입 대응 계획 / 경남 KBS 뉴스보도 캡처

◆ 원인 제공자들만 참여한 현지 조사, 취재진 막은 '농가설명회'

경남 KBS는 지난달 30일, '백강'의 베트남 수출 계약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뒤늦게 수입 물량 50만 본을 전량 폐기한 농진청은 현지 계약 업체 등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농민신문에 의하면 농진청이 체결한 계약에는 베트남 내수용 이외의 수출을 규제할 강제성을 띤 '사전 허가'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산 '백강'은 농진청장과 베트남 현지 전용실시권자의 '사전 협의'만으로 국외 수출이 가능했다. 협의 과정에서 국내 통상실시권자인 국화농가의 의견을 반영할 법적 의무규정도 없었다.

지난달 29일 농진청이 진행한 농가설명회는 취재기자의 접근이 차단됐다. 농민신문 기자가 참석 농가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농진청은 사태를 촉발한 현지 전용실시권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 대신 단순한 계약해지 입장만 밝혀 농가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농민을 배제한 채 진행된 베트남 현지조사도 문제가 됐다. 담당 공무원과 전용실시권자, 즉 사태의 원인 제공자들만 참여한 현지 조사 결과가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 우리 품종 '백강'보호에 지금이라도 총력을 기울여야

농진청은 지난 6월 베트남 수출을 발표하며 일본과 베트남에 품종보호출원을 완료하고 품종 구별 분자표지(마커)도 개발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그러나 불법 유통 적발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역수입 된 '백강'은 박스갈이 등을 통해 국산으로 둔갑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우리 '백강' 품종과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2022년 정부혁신 평가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이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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