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물 유래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한 양친매성 화합물
KBSI, 세균과의 '창과 방패' 전쟁에 생존의 길 제시
조선대와 공동연구,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게재

병에 걸렸는데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약 100년 전에 페니실린 발견 후 발전을 이어온 항생제 덕분에, 인간은 생명 연장을 이어왔지만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로 나타난 슈퍼버그(Superbug, 내성균)는 인간의 수명을 다시 단축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슈퍼버그는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 된 박테리아다.

항생제 개발은 오랜 시간과 고비용이 드는데 반해, 내성균은 빨리 발생하여 많은 제약회사들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슈퍼버그의 출현으로 인류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한 새 항생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자연 생물 유래 항균 펩타이드 모방한 양친매성 화합물로 항생제 내성 극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은 바이오융합연구부 방정규 박사 연구팀이 조선대학교(총장 민영돈, 이하 조선대) 의과대학 신송엽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항균 펩타이드의 양친매성 특성을 모방한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세계적 권위의 저명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지 온라인판에 논문명 'Evaluation of deoxythymidine- based cationic amphiphiles as antimicrobial, antibiofilm, and anti-inflammatory agents'로 7월 5일 게재됐다.

개발된 새 항생제는 다제 내성균에 강한 활성을 보이는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했다.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을 이용, 다제 내성균에 대한 항균 활성 _꿀벌의 독에 포함된 멜리틴은 양전하(+)와 소수성 잔기로 구성된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모방한 저분자 항균 모사체는 세균의 세포막 파괴 또는 세포막 투과를 통하여 항균 활성을 나타냄.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을 이용, 다제 내성균에 대한 항균 활성 _꿀벌의 독에 포함된 멜리틴은 양전하(+)와 소수성 잔기로 구성된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모방한 저분자 항균 모사체는 세균의 세포막 파괴 또는 세포막 투과를 통하여 항균 활성을 나타냄. /연구 이미지=KBSI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양친매성 화합물은 내성균에 대항해 강한 활성을 보이면서도 독성이 적고 효소에 안정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존의 합성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많은 과학자들이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생물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원료로 천연 항생제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50개 미만으로 이뤄진 양친매성 물질로, 꿀벌의 멜리틴이 대표적이다. 멜리틴은 내성균에도 강력한 항균력을 갖는다. 다만, 독성,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인간에게 직접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항균 효과 모식도_모방체 화합물의 항균활성, 항균작용기전, 항생물막활성, 항염증활성,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 및 기존 항생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냄 /연구 이미지=KBSI 제공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데옥시티미딘(deoxythymidine)을 몸체로, 두 개의 구아니딘(guanidine) 또는 아민(amine) 그룹을 연결해 양이온성(친수성)을 띠게 하고 두 개의 아다만틴(1-adamantanemethyl) 작용기를 연결해 소수성을 띠게 해, 항균 펩타이드와 동일한 형태의 양친매성 구조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이 모방체 화합물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양성균 및 그람음성균에 대해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냈으며,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한, 700~800 달톤(Da, 질량단위) 정도 분자량을 갖는 저분자 물질로서 제조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펩타이드 제조의 일반적 단점인 복잡한 개발 공정과 고비용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a) 항균작용기전(b 및 c), 항생물막활성(d), 기존 항생제와의 시너지 효과(e) 및 항염증 활성(f)을 나타냄_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트립신 같은 가수분해 효소에 대해서 안정성을 보여 약물 지속 효과가 뛰어남. 약물 작용 기작은 세포막 파괴 또는 세포막 투과를 통해서 다제 내성균을 죽이는 것으로 보임. 또한 기존의 항생제와 병용 투여시 효과가 크게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보임. /연구 이미지=KBSI 제공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범인 세균이 생산하는 생물막(biofilm)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형성된 생물막(mature biofilm)을 제거하는 항생물막 활성(antibiofilm activity)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항생물막제(antibiofilm agent)로서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 약물을 기존 항생제와 병행 치료 시 항균활성이 상승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항생보조제(antibiotic adjuvantes)로 사용 가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KBSI 방정규 박사는 양친매성 물질의 설계·합성을 담당했으며, 조선대 의예과 신송엽 교수는 약물의 활성 및 작용기작을 규명했다.

(왼쪽부터) KBSI 방정규 책임연구원(공동제1저자),조선대 신송엽 교수(공동교신저자) /사진=KBSI 제공

조선대 신송엽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항균작용은 물론, 항생물막 및 항염증 활성도 갖췄다”며, “항균 펩타이드의 생체 내 불안정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BSI 방정규 박사는 “합성 항생제가 극복하지 못한 내성균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며, “세균과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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