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속대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자재 '헴프크리트'
독성이 없고 통기성·내화성·수분조절기능 있어 단열재로 훌륭
작업 효율성과 경제성을 갖춘 것은 물론 탄소를 흡수하기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헴프크리트 활용한 12층 높이 호텔 건설 중
대마에 대한 인식, 공급량 부족은 도입에 장애물

대마와 같은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요즘이라 조심스럽지만 이와 별개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대마가 친환경 건축자재로써 가지고 있는 가치다.

사실 대마는 씨앗과 잎, 줄기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해서 버릴 게 없는 식물이다. 특히 줄기는 섬유를 추출할 수 있고 속대는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데, 속대를 썰어 석회와 빚으면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건축자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친환경 건축자재인 '헴프크리트(Hempcrete, 헴프+콘크리트)'다.

헴프크리트 /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헴프크리트 /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헴프크리트는 일반적인 콘크리트와 달리 독성이 없고 통기성 및 내화성이 좋으면서도 수분조절기능까지 있어 단열재로 훌륭하다. 또한 소음 차단과 충격 흡수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요즘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에도 대안이 될 수 있고 내진설계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헴프크리트는 콘크리트 보다 훨씬 가벼워 작업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는다. 식물 기반의 재료일 뿐만 아니라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탄소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점은 말할 나위 없다. 콘크리트로 인한 오염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COP27(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마흐무드 모힐딘 박사(Mahmoud Mohieldin)는 "건물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거의 40%를 차지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헴프크리트 활용에 있어서 선두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일단 대마 재배가 금지되지 않은 나라로 꾸준히 헴프크리트를 활용, 2020년 파리에 7층 건물을 세우는데 헴프크리트를 단열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헴프크리트를 사용한 12층 높이에 54개 객실을 갖춘 호텔을 올렸다. 수입에 의존하던 대마를 2021년부터 국내 재배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활용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대마와 대마초를 바탕으로 13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마에 보수적인 일본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섬유와 종이는 물론 요코즈나의 벨트에도 대마를 사용해온 일본이지만 명맥이 끊길 정도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면서 '대마는 일본의 마음'이라는 TV 광고가 등장했는가 하면, 산업용 헴프 합법화를 위한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될 예정으로 전해진다.

물론 헴프크리트의 도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재료가 되는 헴프 공급량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동에 헴프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하고 있지만 2020년에 지정된 만큼 여전히 시작 수준이고, 더욱이 의료용 대마에 비해 섬유용 대마 재배는 관심과 생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헴프크리트가 만능이라는 것도 아니다. 콘크리트처럼 구조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목재나 석재와 같은 하중을 견디는 재료와 결합해야 한다. 비 오는 날씨에 노출되면 품질이 저하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헴프크리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개발의 속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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