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간호사 제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촉발 대대적 조사와 수사
출생통보제 : 의료기관(출생정보)→건강보험심사평가원→지자체로 통보→신고의무자 확인
찬반 엇갈리는 보호출산제, 정부는 출생통보제와 병행 의지

사라진 영아 뉴스가 연일 사회면을 채우고 있다. 보육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의 제보로 시작된 '출생 미신고 영아 찾기'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고 유기하고 매매한... 말로도 글로도 내뱉기 어려운 이 끔찍한 사태는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신생아 / 사진 출처 - 프리픽
신생아 / 사진 출처 - 프리픽

감사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 8년 간 출생 미신고 된 영유아는 2236명이다. 이를 전달받은 복지부가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경찰에 의뢰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뢰된 664건 가운데 598건을 수사 중이고 66건을 종결했다고 5일 밝혔다. 종결된 66건은 영아 유기로 검찰 송치됐거나 병원의 사망진단서 확인, 보육시설에서 지내는 경우다.

지난 5일 수사 중인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121건, 서울경찰청 83건, 인천경찰청 57건이라고 알려졌으나 6일 노컷뉴스는 제주경찰청 영아 소재 파악 의뢰 6건 소식을 알렸고, 뉴시스는 경기남부경찰청 의뢰가 162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사라진 영아를 위한 수사가 진척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보육원에서 20년 간 일하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고 분노한 간호사 이다정 씨의 노력이 있었다. 그녀는 태어나면 모두 맞는 B형 간염 예방접종 기록과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를 대조하면 사라진 아이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공개를 신청한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서는 개인정보, 정보 부존재의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는 감사관을 통해 현재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국회는 계류 중인 '출생통보제'에 주목했다. 법무부는 출생통보제를 포함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정책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30일 밝혔다.

초기의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신고까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내용으로 의료계의 반발이 있었다. 이미 출산에 따른 수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하는데 2중 신고 의무라는 것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개정법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감안해서 수정되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출생하는 아동에 대해 의료인은 모친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과 생년월일 등의 정보를 모친의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출생 정보는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넘겨져 모친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읍·면의 장에게 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의 장은 출생한 아이가 1개월 안에 출생신고가 됐는지 확인하고 아닐 경우 7일 이내에 신고 의무자에게 출생신고통지를 해야 한다.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출생통보제와 함께 거론되는 법안이 있다. 부모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보호출산제'다. 두 법안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임산부들이 병원을 피해서 위험한 출산을 시도하거나 잠정적인 유기와 학대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보호출산제의 반대의견도 있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해 '부모의 익명성은 아동이 뿌리를 찾을 권리를 박탈하고 출생통보제의 의미도 퇴행시킨다'라고 전하며 보호출산제를 반대했다.

한쪽의 목소리만 들을 수 없는 사안이다. 엄마의 권리와 아이의 권리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나 지원 부족을 인지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정부는 5일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을 출범하고 1차 회의에서 '미혼모 지원 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하였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1년 후 시행 될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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