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조치'서 '적극적 예방 조치'로 전환
해양환경공단, 2023년까지 관리대상 선박 78척 대한 현장조사 '마무리'
박승기 "침몰 선박 잔존유 제거사업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지켜야"

침몰 선박은 우리 해양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침몰 후 방치된 선박이 2200척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일부 선박들은 향후 기름유출 사고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1992년 6월 시멘트 5184톤을 싣고 강원도 동해항에서 마산항으로 향하던 '제헌호'는 부산 다대포 서도등대 서남방 30m 해저면에 침몰했다. 선령이 50년 가까이 된 제헌호는 침몰 당시 선체가 뒤집혀 현재 연료 탱크가 위쪽을 향하고 있다. 연료 탱크에는 잔존유 152㎘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름이 유출되면 해상교통의 요충지인 '가덕도-다대포-태종대' 연안 일대가 기름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7월 전남 신안군 하의면 신도 인근에서 화물선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경기 옹진군 소연평도에서 철광석 2510톤을 싣고 광양항으로 향하던 '제7해성호'가 28m 해저면에 침몰했다. 선체 침식이 심해 파손 부위가 넓어지고 있다. 선박에는 잔존유 82㎘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은 3~4노트의 강한 조류가 흘러 기름이 유출될 경우 양식장이 밀집한 도초도와 안좌도 인근 해역까지 오염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침몰 선박은 다른 선박의 항해 안전을 위협하고, 기름이 유출될 경우 해양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바다 생태계를 해치는 것뿐 아니라 어민들 생계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제공=뉴시스]
국내 침몰 선박 현황[이미지 제공=뉴시스]

26일 해양환경공단(KOEM·이사장 박승기)에 따르면 전국 연안 바다에 침몰한 뒤 인양하지 않은 선박은 2199척(2018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 선박에 남아있는 기름은 1만3849㎘로 추정된다. 이는 2007년 12월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유출량 1만2500㎘을 넘는 수준이다.  

침몰 선박 가운데 어선이 1807척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물선(96척·4.4%), 예선(74척·3.4%), 부선(48척·2.1%), 기타선(58척·2.6%) 등이 뒤를 이었다. 

선박 규모별로 10톤 미만이 1092척(49.7%)으로 가장 많았고, 10∼100톤 856척(38.9%), 100톤 이상 251척(11.4%) 등으로 나타났다. 해역별로 남해가 927척(20.8%)으로 가장 많았고, 서해는 813척(37%), 동해는 459척(20.8%)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전문기관인 해양환경공단이 바닷속 침몰 선박 잔존유 제거에 발 벗고 나섰다.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침몰 선박 현황관리 수준에 머물렀던 '소극적 조치'에서 잔존유 제거 등 '적극적 예방 조치'로 탈바꿈하고 있다. 

침몰선박 2척 (제헌호, 제7해성호) 사전조사 거쳐 잔존유 제거 추진 [사진 제공=해양환경공단]
침몰선박 2척 (제헌호, 제7해성호) 사전조사 거쳐 잔존유 제거 추진 [사진 제공=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공단(KOEM, 이사장 박승기)은 오는 6월 말부터 전남 신안에 침몰된 제7해성호와 부산 다대포에 침몰된 제헌호의 잔존유 제거작업 사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지난 12일 사전조사의 첫 단계로 전남 신안군에서 제7해성호 잔존유 확인 작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17일에는 부산 사하구청에서 제헌호의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침몰선박 잔존유 제거사업은 공단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사전조사 결과는 2020년도 추진계획인 제헌호와 제7해성호 잔존유 제거작업 시행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전조사에는 선체 상태조사, 장애물 확인, 잔존유량 계측 등이 포함되며, 작업 시에는 표면공급 잠수방식과 수중이동장치 등 특수 장비를 탑재한 작업부선이 동원된다.

또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유인 원격조정장치 및 잠수사가 투입되어 선체관측 및 조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작업기간 중 작업구역과 통항선박의 안전 및 긴급 방제대응을 위해 선박 2척을 배치하여 24시간 경계태세를 갖출 계획이다.

[사진 제공=뉴시스]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침몰선박 잔존유 제거를 위한 사전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잔존유 확인시 안전하게 유류유출사고 위험성을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침몰한 선박에서 잔존유가 유출돼 해양환경이 오염되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어민들의 삶에 터전인 바다를 지키기 위한 사전 예방 조치에 집중하겠다는 정부와 해양환경공단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해양환경관리공단은 2011년도에도 그당시 23년전 포항 앞바다에 침몰한 경신호(1988년 침몰, 수심 98m, 잔존유량 약 512톤)의 잔존유 회수작업을 착수한 적이 있다. 경신호 침몰당시 적재하고 있던 Bunker-C 기름(중질유)을 제거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기름 유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 및 어민 피해를 예방하고, 해양환경과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했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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