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억 배임, 작년 미공개 정보로 100억 부당이득 적발
홍콩 ELS 배상규모 약 1조원, 시중은행중 선두
이재근 작년 행장 연임 이어 올해 기타 비상무이사 재선임
잇따른 금융사고와 사태에 이 행장 책임 및 '안정적 관리' 논란 커져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최근 100억원대 배임사고까지 불거지자 이재근 행장 체제의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 출처 - 뉴시스 (포인트경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 출처 - 뉴시스 (포인트경제)

이재근 행장, 뭐했나? ... 작년·올해 '100억원대' 금융사고

대출 담보 부풀려 100억원대 과다대출 배임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여신 담당 직원이 부동산 담보 가치를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더 많은 대출을 내주는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하반기 지식산업센터 내 모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총 104억원의 담보 대출을 취급하면서 실제 할인 분양가가 아닌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실행했다. 수년간 미분양 상태였던 상가들은 시세가 원분양가보다 낮아졌지만 담보 가치가 높아지면서 추가 대출이 이뤄졌다. 의도적으로 금액을 부풀려 과대 대출을 한 경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해당 대출을 진행한 직원은 현재 업무에서 배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국민은행의 신고를 받고 지난 11일부터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은행이 입은 실제 손실액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 적발

국민은행에서 100억원대 금융사고는 약 7개월 전에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8월 상장사들의 증권 업무를 대행하던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기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작년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 등을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를 활용해 주식 매매로 66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는가 하면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이를 통해 발생한 부당 이득 규모는 총 1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은 관련 없다"

이를 계기로 2022년 이재근 행장은 금감원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KB국민은행의 금전사고 건수가 다른 4개 은행에 비해 적다"면서 사전예방 방지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2년 연속 드러났고, 홍콩H지수 ELS 사태까지 더해 이재근 행장은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논란에 직면했다.

지난 21일 KB국민은행은 포인트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금융사고는 개인의 일탈이며 홍콩 ELS 문제도 이재근 행장과는 무관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사안인데 어떻게 수장에게 책임이 없나?' 하는 질문에는 "담당 부서가 관리해야 할 부분"이라며 재차 이 행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홍콩 ELS 배상규모 상반기 약 1조원 ... 이재근 행장 책임·압박 커져

금감원은 앞서 1월 8일부터 금융권의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해왔다. 조사결과 은행들은 ELS 상품을 설명할 때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객들 사이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해야 할 은행이 판매상품 관리와 소비자보호에 미흡했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며 금융기관에 자율적 배상을 요청했다. 기준안에 따라 판매사와 투자자 특징에 따라 개별적인 배상비율이 가감될 수 있지만,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나 투자자의 투자 경험·연령대 등을 고려해 0~100% 배상까지 나올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대부분 배상비율은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ELS 판매잔액 7조8천억원, 은행권 전체의 절반

KB국민은행은 2023년 말 기준 홍콩 ELS 판매잔액이 7조8천억원 수준으로, 은행권 전체 15조4천억원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도 4조7천억원이 넘는다. 홍콩 ELS 손실률을 50%, 배상비율을 40%로 단순 적용할 경우에도 배상 규모는 상반기에만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이 현장 검사로 확인된 위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정할 때 금융사의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하겠다고 선포함에 따라 판매사들은 자율 배상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들 속속 자율배상 비율 결정, KB국민은행 부담 커져

지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가입자별 배상 비율이 20~60% 사이에 분포해, 평균 배상비율이 40% 수준일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도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판매잔액 규모가 커서 배상비율 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KB국민은행으로서는 이같은 시중 은행들의 발표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 21일 KB국민은행은 '구체적 배상안 결정 예상 시기와 주총에서 논의가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조사중이라 명확하게 나온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총에서도 논의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 (포인트경제)
KB국민은행 (포인트경제)

큰 잡음없이 마무리된 주총?... ELS 배상 관련한 언급 없어

지난해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의 중요 현안 대응과 안정적 조직 관리의 적임"을 이유로 이재근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3 회계연도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이날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KB국민은행은 ELS 판매 규모가 시중은행들 중 가장 크기 때문에 주총 이후 열릴 이사회에서 배상안이 논의될 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지난해 주총에 비해 큰 잡음없이 이번 주총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비롯 내부통제 개선, 신뢰 회복의 과제가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에게 남아있다.

한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챙긴 회장은 지난해 11월 퇴임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윤종규 전 회장은 지난해 총 38억5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포인트경제 박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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