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부 기념식 개최
진선미 "연구 이유로 피해자 상처 해집지 말라"
유족 "철없을땐 부끄럽던 엄마, 미안하고 죄송"
이용수 할머니 "돈이 아닌 사과" 교육·연대 강조

맑은 하늘아래 제2회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 설치된 소녀상.  여성가족부는 14일 오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기념식을 개최했다 [제공=뉴시스]
맑은 하늘아래 제2회 위안부 기림의 날인 1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여성가족부는 14일 오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정부기념식을 개최했다 [제공=뉴시스]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기림의 날) 두 번째 정부기념식이 열렸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림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다. 

8월14일은 지난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사실을 최초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는 이날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하고 기념활동을 펼쳐왔다. 우리나라는 2017년 입법과정을 거쳐 2018년 첫 정부기념식이 열렸다. 

올해 식전공연과 편지낭독, 기념사, 기념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식전공연에서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청아라 합창단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어진 편지낭독 순서에서는 배우 한지민씨가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편지를 낭독했다. 해당 편지는 일본군 위안부 유족의 이야기를 토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아픔을 알리고자 작성된 편지다.

한지민은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 나이 열일곱, 전쟁 때 다친 사람들을 간호하러 가신 게 아니구나.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하신 거구나.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며 편지를 읽어나갔다. 

“엄마. 엄마가 처음으로 수요 집회에 나갔던 때가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어디 가시는지조차 몰랐던 제가 그 뒤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과 일본까지 오가시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땅속에 묻혀 있을 것 같구나. 이 세상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해.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

[출처=YTN]
배우 한지민씨가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편지를 낭독했다.  [출처=YTN]

한지민은 편지를 낭독하면서 슬픔에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차분하고 침착하게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 속의 딸은 "어머니는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이런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이어가겠다. 반드시 엄마의 못다 한 소망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진선미 장관은 기념사에서 "외교·경제적 불안, 연구라는 이유로 끝없이 피해자들의 오랜 상처를 해집는 잔인한 행위는 멈춰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할 때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것이며 여성인권 상징으로서의 평화의 가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1년 오늘,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증언해 우리는 이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며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설립 100년이 되는 해여서 이 자리가 갖는 의미와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어떤 인권운동가보다 큰 울림을 줬던 할머니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계신다. 지난해 기림의 날 이후 1년 사이 벌써 8분이 돌아가시면서 정부에 등재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단 20명만 남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 장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내외 기록물 발굴과 조사를 심층적으로 연구·지원하고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자료를 아카이브로 집대성해 연구와 조사의 체계적 기반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 정립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기억하도록 자라나는 세대를 교육하겠다"며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사과를 받기 위해 시민단체와 소통하고 기념사업도 성의를 다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학생과 청소년들에게 위안부 피해 사실을 가르치고 알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돈이 아닌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기념식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마련한 다양한 전시, 공연, 행사 등이 개최되면서 전국적인 추모분위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는 이날 1400차 정기수요시위에서 거리전시회, 경과보고, 성명낭독, 문화공연 등을 한다.

나눔의 집은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갤러리이즈에서 '할머니의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들의 기록물과 관련물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연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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