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경력·학력·활동·인지도등 '정량적 평가'
1차 '미술은행' 작품가격 분석..작가 의뢰도 받아
개발 모형은 P=[KP·1/3(A+E+F)]x(M+V)

30일 오후 김영석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위원장이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화가가 책정한 작품 가격을 경력, 학력, 전시활동, 인지도, 크기별등을 정량적 평가 기준으로 잡고 최종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제공=뉴시스]
30일 오후 김영석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위원장이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발표하고 있다. 화가가 책정한 작품 가격을 경력, 학력, 전시활동, 인지도, 크기별등을 정량적 평가 기준으로 잡고 최종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제공=뉴시스]

미술 작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물건처럼 부르는 게 값이 아니지만 사실 어느 정도 그렇게 통용되어 왔다. 일명 작가의 '체면값'이 붙었다. 작가가 그렇게 부르면 그렇게 팔았고,  '누구는 얼마 받는데,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지'라는 '경쟁 심리'도 작용했다. 

알고보면 황당한 '작품 값'이다. 실제로 미술계에 따르면 작품 가격은 작가 스스로 책정한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 가격을 산정하는지 물으면 대부분의 답은 주변의 전시를 보면서 자신과 유사한 나이대의 학력을 지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호한 작품값을 산출할 수 있는 근거 모델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30일 오후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위원장(61)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권수진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을 비롯해,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뱅크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김영석 위원장은 1996년부터 23년째 마니프 아트페어를 운영하고, 2009년부터 '작품 가격' 책도 발행하고 있지만, 대체 '작품 가격' 의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김영석 위원장은 "한국미술시장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에 관한 가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대다수 작가의 작품 가격에 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수요자는 작품 가격이 불투명한 작품의 구매를 꺼리게 되고, 결국 미술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가격이 드러난다. 경매사가 제안하는 추정 가격과 팔리는 낙찰 가격이 명확해 가격 신뢰성이 높다. 하지만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가 수는 전체 작가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거래 가격도 일반작가에 비해 상승된 특별한 경우도 있다. 또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아주 낮게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찰 가격'이 없어 실제 거래 가격과 다른 이중적 가격 구조를 형성시킨다. 또한 독창적인 생각과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자유 창작 분야인 만큼 가격도 다양해 일률적 방식의 시가 감정도 어렵다.

김영석 위원장은 "한국미협 소속 작가는 4만여명이다. 하지만 실제 경매시장 100순위중 생존작가는 33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미술품 가격 책정을 위한 근거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부 기관 및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회사, 법원 등으로부터 작품의 시가 감정 요구가 점차 확대 일로에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2008년 1월 설립되어 그동안 국내 16곳의 경매사 거래 작품과 낙찰 가격을 수집해왔다. 협회는 "2005년부터 매년 한국경매시장 상위 20명 화가의 작품을 특성별로 분류하여 호당 가격을 산출해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술품 가격 결정을 위한 정량적 평가 내용

김영석 위원장은 "미술시장에서 이중 가격을 막고 작품 가격에 관한 일반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번 모형 개발은 미술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고려되어온 변수들을 정량화해 일반 작가들의 통상 작품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과 크기의 비례 관계', '호당 가격제의 타당성', '한국 근현대 화가의 그림 가격지수 연구' 등이 있었지만 분석 대상 작품이 대부분 극소수의 유명 작가 작품을 다룬 연구였다. 이번 미술품시가 감정을 위한 정량적 평가 방식은 화가라면 모두가 적용해 볼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통상 작품 가격 산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평가 내용과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작가가 매년 개인전에 준하는 전시 활동을 한 경우 작업 경력에 산정한다.   
2) 작가를 파악할 수 있는 학업 특성, 전시 활동 내용, 인지도를 3등급으로 평가 한다. 
3) 작업 경력, 학업 특성, 전시 활동 내용, 인지도를 평가하여 53cm x 45.5cm (10호)를 기준 크기로 하는 통상 가격을 산출한다.
4) 작품이 의뢰되면 보존 상태를 평가한다.
5) 의뢰 작품의 크기별 가격을 적용 비율에 준하여 산정한다. 
6) 의뢰 작품의 작품성과 시장성을 평가해서 통상 가격에 적용하여 의뢰 작품의 최종 가격을 책정한다.  

개발 모형은 P=[KP·1/3(A+E+F)]x(M+V)로, 어렵게 보이지만 영문 앞자를 따서 만들었다. 

▲P=가격, ▲KP(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상가격) ▲A=Academic Background(학업 특성) ▲E=Exhibition Activity)전시 활동), ▲F=Fame)인지도) ▲M=Marketability)시장성). ▲V=Value of work(작품성)을 뜻한다.

미술품 가격 결정 매뉴얼
미술품 가격 결정 매뉴얼[출처=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작가의 통상적 작품 가격을 정량적 평가로 나온 예 

화가 경력 23년차 이정웅 작가의 작품값은 이렇게 산출됐다. 

1. 작가의 학업 특성: 회화전공 학사, 석사- 3점
2. 전시 활동 평가 : 평균하면 기획전 2점에 해당 - 개인전 32회(초대 21회+대관 11회) - 단체전 330회
3. 작가의 사회적 인지도 3점
1) 수상경력(3점)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입선 3회 수상
2) 소장이력(3점) 미술은행(4점) - 서울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3) 보도내용(3점) - KBS 방송, MBC방송, 전북도민일보 4회, 전북일보 1회, 전라일보

 2019년 신작 72.7x50cm(20호)크기 부조 회화 'The sacred grove-001'의 작품값은 얼마일까? 

작가는 그동안 10호 크기에 200만원을 받았다.

이정웅, The sacred grove-001. 53x40.9cm (10p)    Book+Mixed  media  2019,252만원[제공=뉴시스]

'KP·1/3(A+E+F)]x(M+V' 방식에 산출하면 200만x 2=400만원 x 0.9(크기별 가격)=360만원 x 작품성± 0점(0% 가산)+시장성 -3점(-30%)으로 평가됐다.

그리하여 통상 작품가격인 10호가 200만원이므로 20호면 400만원이지만, 크기별로 매긴 가격(0.9)을 곱하면 360만원이 된다. 이 가격에 작품성(0)+시장성이-3점(-30%)을 받았으므로, 360만원에 0.7을 곱하면 최종 252만원으로 가격이 산출된다. 

김영석 감정위원장은 "통계 자료를 적용하여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류했고, 분류포에 따른 평가 점수를 가격에 대입해 본 결과 이 개발 모형의 적정성이 부합되었다"며 "작가들의 시장 검증 기회와 함께 작품값의 신뢰도를 높여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개발한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은 1차적으로 정부 미술은행에 소장된 작품값을 산출한다. 앞으로 작가가 의뢰하면 작품 가격을 책정해줄 예정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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