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폐교, 지방의 심각성 두드러져
도교육청 단위의 폐교 활용 방안 나오는 중.. 교육부는 종합안전체험관으로의 활용 계획
출생률과 폐교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 참고해 볼 만해
폐교 시설 특징을 활용한 연수시설·영어마을·노인 일자리 알선 및 교육 센터·장애인 직업훈련소 등
스마트팜의 거점·서브컬처의 성지가 된 사례도 있어

입학생 부족으로 폐교가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출생아가 자연스럽게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진 결과인데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 e-나라지표 갈무리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 e-나라지표 갈무리

우선 지방이 심각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교육부 자료 '최근 5년간 초·중·고등학교수 증감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서 폐교된 학교는 193개에 이른다. 이중 서울(3개교)·인천(3개교)·경기(16개교)를 제외하면 나머지 171개(약 88.6%)의 학교가 수도권 밖, 소위 지방에 있는 학교였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설된 학교는 312개인데 수도권에 170개(54.5%)가 집중됐다.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한편으로는 신도시와 대단지 아파트가 생기는 수도권으로 신설되는 학교가 몰리는 현상도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폐교 문제에 해결에 있어 인구가 늘어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지만 이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인구라는 것이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니고 건축물을 유지한다는 건 상당한 비용과 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폐교를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방안에 있어서는 학교 단위 수준이 아닌 좀 더 높은 단위에서의 고민과 추진이 요구된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폐교 활용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학생 교육 활동을 위한 체험시설과 청소년 자치 예술미래공간, 어린이 생태놀이터 등 자체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지역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필요로 하는 문화 체육시설·평생교육시설·생태환경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충청북도교육청 폐교 역사자료 홈페이지 - 가상체험(VR)을 통해 본 미원초(기암폐교)
충청북도교육청 폐교 역사자료 홈페이지 - 가상체험(VR)을 통해 본 미원초(기암폐교)

충청북도교육청은 폐교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활용을 촉진하는 방법에 나섰다. 도내 총 134개 폐교에 대한 항공 VR(가상현실) 서비스를 구축해서 공개에 나선 것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폐교의 전경과 운동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도 교육청은 이 서비스를 통해 동문들은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임대 등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보 제공이 되어 폐교 활용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교육부는 학교안전교육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폐교를 안전체험관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교훈을 바탕으로 2026년까지 종합안전체험관을 시도당 한 개씩 구축,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회 이상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종합안전체험관이 마련되지 않은 광주·대전·울산·강원·전북·제주 등 6개 지역에는 폐교 등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안전체험관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폐교 활용 방안을 진행하면서 참고할 만한 곳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출생률 문제와 폐교 문제를 경험한 일본이다. 특히 일본은 2005년 행정구역 체제 개편 이후 폐교가 급격히 증가해서 매년 약 450개의 폐교가 생겨나고 있는데 비교적 지역 재생에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몇 가지 사례 중 우선 새로운 교육 시설로의 전환이 있다. 아무래도 학교 시설의 특징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리모델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점이 크다.

외국인 기능 실습생 연수시설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실습생과 초등학생 / 니시닛폰신문 갈무리
외국인 기능 실습생 연수시설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실습생과 초등학생 / 니시닛폰신문 갈무리

가고시마현(鹿児島県)의 경우 폐교를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연수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다. 일본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외국인 기능 실습생은 일본어와 법령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설로 폐교를 개보수해서 이용하는 식이다. 관련 협회와 기업 입장에서는 숙박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의 전환과 운용이 용이하고, 지역사회는 외국인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쿠라부치 영어마을 홈페이지
쿠라부치 영어마을 홈페이지

군마현(群馬県)의 폐교는 영어마을로 바뀌었다.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영어 유학시설로 운영되는 것인데, 여기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외국인 스태프와 함께 생활하고 체험 활동을 하게 되며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연중·주말·단기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노인 일자리 알선과 교육을 겸하는 센터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소로의 전환 사례들도 있다.

폐교된 미나미야 초등학교와 다단 재배의 예 / ORIX 홈페이지 갈무리
폐교된 미나미야 초등학교와 다단 재배의 예 / ORIX 홈페이지 갈무리

폐교를 스마트팜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대형 금융 회사의 계열사인 ORIX 농업은 지난 2014년부터 효고현(兵庫県)의 폐교 구(舊) 미나미야 초등학교 체육관을 개조한 '식물 공장'에서 채소 재배를 시작했다.

실내 체육관을 활용하다 보니 날씨와 상관없이 온도와 빛 등 재배환경 관리가 용이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스마트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3가지 종류의 상추를 생산하며 일반 음식점 및 상업시설에 납품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체험 & 견학회 개최 소식 / SEKIDO 페이스북 갈무리
스마트 농업 체험 & 견학회 개최 소식 / SEKIDO 페이스북 갈무리

SEKIDO사(社)는 지난해 6월부터 사이타마현(埼玉県)과 효고현에 있는 폐교를 활용해서 스마트팜 실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용 드론과 수중 드론, 트랙터 자율주행 키트 등 첨단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후쿠오카현(福岡県)에 있는 '쿠라테 학원(くらて学園)'은 폐교가 서브컬처의 성지가 된 사례다. 2015년 폐교된 중학교를 코스프레(costume play, 만화나 게임 주인공을 모방하는 취미 문화) 이벤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이 지역 재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선정되어 추진된 것이 쿠라테 학원이다.

쿠라테 학원 전경 및 주요 시설 / 쿠라테 학원 홈페이지, 후쿠오카 지역 매체 사사토(sasatto) 갈무리
쿠라테 학원 전경 및 주요 시설 / 쿠라테 학원 홈페이지, 후쿠오카 지역 매체 사사토(sasatto) 갈무리

이곳은 입장료가 있는 각종 이벤트의 장소협찬을 비롯해서 촬영 스튜디오·코스프레 유니폼 및 도구·미니카 서킷 등을 대여하는 것을 주요 비즈니스로 한다. 이를 토대로 개인과 단체의 방문을 유인할 뿐만이 아니라 광고나 방송, 영화 촬영지로서 각광받고 있다.

코스프레의 원조 국가이긴 하지만 이곳도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반발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벤트가 시설 내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소식을 접한 관광객들의 방문 증가, 지역에서 생산된 식료품 판매 등으로 호응을 얻어 대표적인 지역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코로나 시기의 어려움도 극복하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