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전 세계 50억 명이 유해한 트랜스 지방으로 심장병·사망 위험 증가"
트랜스 지방 인한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 비율 높은 16개 국가 중 9개 국가에 모범 사례 정책 없어
호주, 아제르바이잔, 부탄, 에콰도르, 이집트, 이란, 네팔, 파키스탄에 이어 대한민국 포함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0억여 명이 트랜스 지방으로 인한 심장병과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트랜스지방 제거에 대한 카운트다운 보고서( 2023년 트랜스지방 제거 목표를 향한 진전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Resolve to Save Lives와 공동으로 발간하는 연례 현황 보고서) /WHO

지난 2018년 WHO는 산업적으로 생산된 트랜스 지방을 전 세계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후 국가별로 모범 사례 적용이 거의 6배 증가했고, 현재 43개국에서 식품에서 트랜스 지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 28억 명의 사람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의 사람들이 트랜스 지방의 파괴적인 건강 영향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으며, 2023년까지 완전히 식품에서 트랜스 지방 제거 목표는 현재로서는 달성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에 동양권 국가 최초로 정부차원의 관리 정책을 마련하여 트랜스 지방 저감화를 추진해 2012년 시중 유통 중인 과자류 중 트랜스지방 제로화 비율(1회 제공 기준량 당 0.2g 미만)이 99%로 나타나 2005년 조사 당시 36%였던 것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또한 2012년 국내 유통 과자류 중 트랜스지방 함량을 조사한 결과, 1회 제공기준량(30g) 당 트랜스지방 평균 함유량이 2005년 0.7g 대비 93% 저감화된 0.05g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한민국 모범 사례 정책 없는 나라 9개국 중 하나로 지목

TFA(Trans-Fatty Acids, 트랜스 지방산) 정책 구현: 국가 성과 지도 /WHO

WHO는 현재 트랜스 지방 섭취로 인한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 추정 비율이 가장 높은 16개 국가 중 9개 국가에는 모범 사례 정책이 없다고 밝혔다. 이 9개 국가는 호주, 아제르바이잔, 부탄, 에콰도르, 이집트, 이란, 네팔, 파키스탄에 이어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트랜스 지방산(Trans-Fatty Acids, TFA) 섭취로 인한 CHD(Coronary Heart Disease,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사망 비율이 4.76%로 TFA 감소 및 제거를 위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

국가별 TFA 부담 및 정책 현황, TFA 섭취로 인한 관상동맥 심장병 사망 비율로 순위 매기기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필리핀은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산의 사용 규제 시행령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정책은 2023년 7월에 시행되며, 싱가포르에 이어 모범 사례 정책으로 두 번째 국가다. 필리핀의 TFA로 인한 CHD 사망 비율은 2.64%다.

WHO의 두 가지 모범 사례 정책 대안은 ▲모든 식품의 총 지방 100g당 산업적으로 생산된 트랜스 지방 2g으로 제한, ▲모든 식품의 성분으로 트랜스 지방의 주요 공급원인 경화유의 생산과 사용에 대한 의무적인 금지 등이다.

글로벌 공중 보건 이니셔티브 'Resolve to Save Lives'의 CEO인 톰 프리든(Tom Frieden) 박사는 "트랜스 지방 제거의 진전이 정체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트랜스 지방이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고 있다. 모든 정부는 지금 모범 사례 정책을 실행하고 예방 가능한 죽음을 막고 비극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 지방 섭취와 건강 문제

일반적으로 포장 식품을 비롯해 제과류, 식용유, 스프레드 등에서 발견되는 산업적으로 생산된 트랜스 지방산은 액체 상태인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첨가하여 고체 상태로 만들 때 생겨나는 지방으로 대표적인 것이 마가린과 쇼트닝과 같은 경화유다.

경화유는 값이 저렴하고, 음식을 바삭바삭하게 해 준다. 냉동식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해 주고, 고소한 맛을 만들어내 과자나 빵, 튀김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식물성 경화유에 함유된 트랜스지방이 포화지방보다 더 심혈관계 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트랜스지방의 표시제도를 도입하여 모든 식품에 대하여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법적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트랜스 지방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위험인자인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는 높이는 반면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의 농도는 감소시킴으로써 관상동맥질환이나 동맥경화 등의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트랜스 지방은 알려진 이점이 없으며, 건강 시스템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건강 위험이 있다"라며, “트랜스 지방은 사람을 죽이는 독성 화학 물질이므로 음식에 있어서는 안 되며, 한 번에 완전히 제거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으로 가공식품보다는 가능한 한 자연식품을 선택하는 것, 트랜스 지방이 없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 참기름이나 들기름, 올리브유 등의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트랜스 지방이 매우 적은 식물성 기름은 가열하면 트랜스 지방산 함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튀김의 경우 쓰던 기름을 계속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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